▲ 구절초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순수다.
음력 단오에 줄기가 다섯 마디로 자라고 중양절에 아홉 마디 정도가 된다 하여 그 이름을 구절초라고 불렀다.

가을을 알리는 세 가지 꽃인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는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혼동하기 쉽다. 꽃 모양은 비슷해도 잎 모양은 조금씩 다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국화과에 속하여서 흔히 들국화라고 부른다.

세 꽃을 정확하게 구별할 줄 알면 야생화 공부가 끝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별이 어렵다. 구절초는 꽃이 희거나 옅은 분홍색을 띄지만 쑥부쟁이는 대부분 보라색이다. 예외는 있지만 길가 아무데나 피어있는 꽃은 쑥부쟁이고, 구절초는 눈에 띄는 곳에 피는 경우가 드물다. 구절초는 꽃잎 끝이 동글동글하게 국화꽃잎과 닮았고, 쑥부쟁이는 구절초보다 꽃잎이 길고 날씬하며 꽃나무 전체가 좀 복잡하게 엉켜있다. 쑥부쟁이는 향기가 별로 없으나 구절초는 국화향이 난다.

쑥부쟁이와 개미취는 이파리를 보면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는 것이 쑥부쟁이고, 개미취는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또 개미취는 윗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옛날 어린 선녀가 꽃을 너무 좋아해서, 맡은 일을 소홀히 하게 되자 그만 지상으로 쫓겨나게 됐다. 지상에 내려와서 살던 선녀는 가난하고 시를 즐기는 시인을 만나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선녀의 아름다움이 소문을 타고 고을 사또의 귀에 들어갔다. 욕심 많은 사또는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꾀를 다 내다가 그녀의 남편을 불러 놓고 억지로 내기를 걸었다.

첫 번째 시 짓기 시합은 남편이 쉽게 이겼다. 이번에는 말 타기 시합을 벌였지만 사또가 탄말이 그만 미친 듯이 날뛰는 바람에 또 지고 말았다. 사또는 선녀를 옥에 가두고 유혹했지만 거절당했다.

얼마 뒤 선녀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하늘나라로 돌아갔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 남편도 그녀를 따라서 죽고 말았다. 이듬해부터 집주위에 가을이 되면 피어나기 시작한 하얀 구절초, 천상의 선녀가 그토록 좋아했던 꽃이었다.

김한성<수필가·전 군위초등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