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량 증가·소비 부진으로 평균보다 30% ↓
인건비·유류값 등 본전도 못건져 농민들 시름

추석이 지나자마자 과일 값이 폭락하며 지역 과수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석 직전에는 경기침체로 예년 같지 않은 소비에 힘들었고 이번에는 늘어난 출하량·소비부진 등으로 과일 시세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늦여름에 내린 잦은 비에 고충을 겪은 포도 재배 농가들은 올해 농사를 망쳤다고 아우성이다.

지난달 영천 등의 많은 포도 재배 농가들이 늦은 장마로 인해 포도알이 쩍쩍 갈라지는 열과(裂果) 피해를 입었고, 이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건이 출하돼 시세가 좋지 않았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추석까지 빨리 지나가 평년만큼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경북 영천의 한 포도 농가에 따르면 도매시장에서의 포도 한 상자(5㎏·1등급) 경매가가 추석 직전에는 상자당 1만원을 넘었으나 추석이 끝난 지난주에는 6천500원에 낙찰됐다. 불과 일주일 만에 35%나 하락했다. 상품성이 조금 떨어지는 3등급 포도는 한 상자(5㎏) 3천500원에 낙찰됐다. 이 중 포장박스 하나당 1천원, 중개수수료 약 7~8%를 제하면 수중에 남는 수익은 더욱 줄어든다. 이는 비료값, 인건비, 유류비 등 농사에 드는 비용을 고려할 경우 농가에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영천 A농장 관계자는 “요즘은 수확해서 경매하러 가면 기름값도 안 나오는 수준이라 상인에게 밭째로 그냥 넘겨버리는 농장도 많다”며 “차라리 그게 중개수수료 등 본전이라도 건질 방법”이라고 푸념했다.

문제는 이처럼 떨어지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잘되지 않아 처리에도 곤란을 겪는 농가 또한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잘 팔리지 않는 경우 포도즙을 만들어 판매했었으나 요즘에는 그마저도 찾는 사람이 줄었다. 원형 포도 출하가격에는 미치지 못해도 한해 농사에 들어간 영농비를 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소비가 줄면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것.

한편, 이러한 상황은 포도뿐만 아닌 사과·배 등 다른 과일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포항시농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이날 배 한 상자(화산·15㎏·20과·상품)의 입찰가는 평균 2만5천~2만6천원 선이었다. 보통 명절을 앞둔 대목에는 4만원 이상을 넘어서지만, 추석이 끝남과 동시에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며 가격이 뚝 떨어졌다. 사과의 경우 한 상자(홍로·10㎏·25과·상품)가 2만8천~3만원 선에 입찰 됐고, 보통 명절에는 최소 6만원 이상 치솟는다. 특히 올해는 명절 특수라고 해도 과일 시세가 지난해보다 10~20% 낮아져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도매시장 관계자는 “과일 소비가 많아야 할 추석이 빨리 지나서 과일이 남아 최근 평균 시세가 추석 전보다 30% 정도 하락했다”며 “요즘은 칠레산 포도, 체리 등 수입 과일의 잠식 비중도 높아지고 있어 국내산 과일의 소비가 줄어든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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