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세월호의 비극은 아직 진행형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특별법 추진을 외치면서 정부에 항의하는 유가족들의 외침은 계속되고 있고 해결과 타협의 기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유가족을 대표한다는 한 유가족의 단식농성이 시중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단식을 하면서 주장을 할 것인가라는 동정론도 있지만 TV 방송을 통해 그 유가족인 `유민 아빠`라는 분의 막말 동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국가수반인 대통령이나 경호원들에게 그가 뱉어내는 욕설과 막말의 장면은 정말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필자는 11년전 유민아빠처럼 똑같이 사고로 자식을 보낸 경험을 했기에 그와 유가족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은 당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도 느낄 수도 없다.

길거리에서 걸어가는 아이를 볼 때마다, 그리고 그 자식의 사진을 볼 때마다 자식생각에 눈물짓고, 그 자식과의 대화가 생각날 적마다 가슴 한 구석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아마도 자식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슬픔과 고통을 이해한다고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자식을 잃은 원인이 정부나 사회의 부조리나 안전불감증에 있다면 부모는 자식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의식과 함께 정부나 사회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하게 된다.

필자는 유민아빠와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식후 대통령 면담 신청서만 작성하겠다는데도 경찰들이 막아서자 분노가 폭발한 그 심정도 이해가 된다. 딸에게 좀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더 가슴 아파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목숨을 걸었다는 점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 돌이켜 보고 싶다.

과연 “목적이 욕설을 정당화 시킬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어간다. 욕설은 상대방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으로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구나 상대가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유미아빠는 그 욕설이 경호원들에게 한 것이라고 했지만 역시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경호원들도 그러한 욕설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TV로 본 영상에서는 분명히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고 있다.

그러한 욕설과 막말은 함께 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유가족들에게 큰 수치감을 불러 일으킬수 있다.

같은 유족이 욕설을 하고 무례한 행동을 할 때 유가족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경우가 많지만 제재할 수도 없는 묘한 위치에 서게 된다. 동감을 느끼기 보다는 수치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왜 자기가 막말과 욕설을 하는 유가족과 동격이 돼야 하는가 하는 수치감과 자괴감이 들 수가 있게 된다.

거듭 유민아빠 그리고 유가족인 부모의 심정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현재 그의 태도는 목적이 방법을 정당화 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잘 새겨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자유롭기에 민주주의가 공산주의나 독재주의보다 우월한 체재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의 최고봉이라는 미국도 대통령에 대한 기본 예의를 지키기로 유명하다. 국회연설 시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에 칼날을 세웠던 의원들도 기립박수를 치는 것을 하나의 프라이드로 여기고 있다. 정책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지만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근간이 돼야 하다.

유민아빠는 그러한 욕설과 무례함으로 유가족을 대표해서는 안된다. 유가족의 마음은 정말 고통스럽고 아프다.

그러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그들의 희망을 들어주는 것이 정부와 사회가 할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막무가내 식 모욕적 발언은 결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없거니와 같은 유족들 사이에서도 동감을 얻어내기 힘들 것이다.

목적이 결코 욕설과 막말을 정당화 시킬 수 없다.

필자는 같은 처지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