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빌미 건설업체서 수년간 금품 받은 30여명 적발
경찰 “대가성 입증 어려워”… 여론 “不正 외면 처사”

최근 서울시가 직원이 단돈 1천원도 받지 못하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청렴 대책을 발표해 반향을 일으킨 이후 추석을 앞두고 경북도 공무원들의 무더기 `떡값` 혐의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 파장이 일고 있다.

31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 공무원 30여 명이 경주의 한 건설업체로부터 30만~50만원 상당의 무기명 선불카드를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건설 업무 관련 부서에 근무하면서 지난 수년 동안 설이나 추석 명절을 앞두고 떡값 명목으로 정기적인 금품을 받아 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체 대표의 업무상 횡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선불카드 사용 내용을 추적하던 중 이 같은 추가 혐의를 포착, 수사를 확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혐의를 적발하고도 관련 공무원들을 실제로 사법처리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수사가 착수된 이후 이번 금품 수수가 명절을 앞둔 정기적인 떡값이라는 당사자들의 일관된 진술이 이어지는 등 반발이 계속되자 직무 연관이나 대가성을 밝히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도의 한 공무원은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서 명절을 앞두고 사실상 미풍양속처럼 여겨져 온 떡값 관행에 대해 돌팔매질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 이를 빙자한 과도한 금액의 뇌물로 드러난다면 공직의 명예를 걸고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같은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데다 위법성을 밝혀 내기가 쉽지 않은 관련 수사 특성을 고려해 일단 수사 선상에 오른 공무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등 신중한 입장이다. 경북도경 관계자는 “관련자 대부분이 받은 선불카드 액수가 100만원 미만의 비교적 소액이어서 아직은 처벌 여부를 밝히기가 어려운 단계이며 사실 여부만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포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무리 현행법상 대가 여부 및 직무 연관성을 밝히기 어렵다 하더라도 최근 변하고 있는 사회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특히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의 실체가 재확인된 만큼 모든 부정의 시작이 `떡값`에서 비롯됐음을 사회적으로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6일 직원이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을 불문하고 징계하고 100만원 이상이거나 적극 요구하면 한 번만 적발돼도 최소한 해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요지로 한 규정을 제정하기로 발표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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