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일감 소개 수수료 10% 이하 법규정 무시
많게는 일당의 30%까지, 올 단속건수 한건도 없어

“하루 온종일 피땀 흘려 받은 일당을 도둑질당하는 기분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포항에서 건설현장 일용직 노무자로 일하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가는 박모(42·남구 해도동)씨가 울분을 터뜨리며 한 말이다. 박씨는 일감을 주는 직업소개소에서 소개비 명목의 수수료를 너무 과도하게 떼고 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직업안정법 상 소개비 명목의 수수료는 10% 이하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지역의 일부 직업소개소는 많게는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기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것.

지난달 27일 오전 6시 포항시 남구의 한 인력소개소 앞. 일감을 받으면 수수료로 얼마를 내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부 노동자들이 불만 섞인 목소리로 실상을 털어놨다. 이들은 불합리한 수수료가 직업소개소로 고스란히 넘어가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음날 일자리 걱정 때문에 그대로 당하고만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최근 A소개소의 소개로 북구 남빈동 B업체로 출근해 8만원의 일당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이 업체가 소개소로 지급한 내 일당은 10만원 이었다”며 “과도한 수수료가 불법인 줄 알고 있지만, 괜히 업소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면 아무 말도 못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문제가 비단 박씨의 일만은 아니다. 김모(32·남구 송도동)씨는 “소개소의 알선으로 매일 똑같은 현장에서 일하는데 그날 그날 수수료를 떼는 것도 문제”라면서 “통상 소개소가 떼어가는 10% 수수료도 그날 벌어 생계를 이어가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큰 부담인데, 일부 악덕업자는 30%까지 떼어가니 착취나 다름 없는데도 관계기관은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인력사무소들의 횡포로 일용직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관계기관의 단속은 겉돌고 있다. 포항지역 유료 직업소개소 98곳(무료 10곳) 중 지난달 29일 현재까지 포항시에 과다수수료로 적발된 소개소는 단 한 곳도 없었고, 노동부에도 단속실적이 전무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직업소개소에서 운송비 명목으로 1천~3천원 정도 떼고 일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소개비가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 오해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지역에 등록도 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직업소개소가 많아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많이 개선된 상황인데 문제가 있다면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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