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석수 구미종합사회복지관장·신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에 이어 세 번째이다. 이번 방문도 여러 면에서 한국 교회와 사회에 많은 의미를 던져 줬다. 일차적으로 아시아 청년대회를 통해 한국의 가톨릭교회를 사목방문 하신 것이지만 나아가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분들을 만났다. 특히 어린아이로부터 시작해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까지 또한 다양한 종교와 종단의 대표들까지도 만났다.

가톨릭교회교리서 882항에서 교황을 설명하고 있다. `로마 교회의 주교이며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요 그리스도의 대리이며 온 교회의 목자로서 교회에 대해 완전한 보편 권한을 가지며 이를 언제나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다`

보편적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교황님은 권위적이지 않은 소탈한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서시고 귀담아 들으며 마음을 표시했다. 특히 어린아이를 축복해 주시고, 손가락을 빨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당신의 손가락을 빨도록 손을 내밀어 주시는 모습에서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그런데 시복식 장소에 집결해 있던 세월호 가족의 노란 물결에 동참하시듯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가고 손을 잡아주시며 위로하시는 모습과 명동성당에서 일제의 만행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만날 때 가슴깊이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 이로써 많은 이에게 열려진 당신의 진실한 면모로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행한 도착 인사말에서 당신의 방문 목적을 드러내었다.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를 통해 방문하면서도 동시에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식이라는 두 차원은 서로 보완의 관계에 있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면은 같은 날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에서 간략하게 “기억의 지킴이가 되고 희망의 지킴이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기억의 지킴이는 과거의 은총을 기억할 뿐 아니라 그 이상을 의미하는데, 기억의 창고에서 영적 자산을 꺼내어 미래를 향한 도전에서 지혜롭게 결단할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희망의 지킴이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은총을과 자비의 복음이 가져다주는 희망”, 그 희망을 세상에 나누도록 초대받았다는 것이다. 이 초대에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특히 난민과 이민 및 사회 변두리에 내몰린 이들과의 연대까지 포함한 것이다. 평신도 사도직 대표들을 만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랑으로 연대하며 실천하는 신앙을 강조했다. 현세 질서를 그리스도의 영으로 채우고 완성시키며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는 교회의 사명 및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단체 활동을 높이 치하했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수준에서 나아가 `인간 증진이라는 분야에 더 많은 노력`을 하도록 격려하며 `더욱더 알찬 평신도 양성`을 촉구했고 성찬의 희생 제사에서 영감과 힘을 얻도록 말씀했다.

이밖에도 수도자들과의 만남과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도 있었고 다양한 종교의 지도자들을 만나며 삶이라는 길에 함께 걸어가기를 초대했다. 짧은 일정 많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갈 수 없었던 팽목항의 가족을 향한 짧은 편지를 전하는 모습은 여전히 가슴 뭉클하게 한다. 일일이 이름을 적어 하느님께 청하는 목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용서를 강조했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씀으로 남북으로 분열돼 있는 현실과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고 상처 입은 이 사회에 던지는 울림은 크다.

이제 그 위로의 손길, 다정한 눈길, 마음을 나누는 발길은 우리의 실천 몫으로 남았다. 따라서 역사에서 희망을 찾아내어 신뢰를 구축하고 미래의 청년들과 아이들을 위해 장을 펼쳐 새롭게 도전에 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공동선을 추구해 철조망 너머의 형제들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함께 공동선을 이룰 수 있도록 도전의 발길이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