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신 로타리 코리아 상임고문

그동안 자리를 잃었던 우리 차(茶)문화가 숨을 돌려 회복할만하니 이젠 중국차에 밀려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우리 차(茶)문화 정신을 살리기 위해 힘썼던 선고차인(先考茶人)에게 민망스러운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의 차(茶)상인들은 한국인을 앞세워 대형매장마다 보이차 철관음 대홍포 등 중국 명차를 쌓아두고 차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차인구가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우리 차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많다. 제다, 품질, 품평회가 차인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못했을 경우도 더러 있었을 것. 차인은 물론 학자나 심지어 차 도구를 만드는 도예작가까지 차의 정신과 마음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에 대해 정리할 시점이다.

우리 차의 야생 찻잎은 중국차에 비해서 약효가 뛰어나다. 녹차, 발효차, 떡차 등 종류도 다양해져 경쟁력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는데도 중국차에 왜 밀릴까. 우선 내가 마시는 차부터 생각해 봤다.

연전 어느 TV방송 뉴스에서 찻잎에서 농약검출이란 뉴스를 보고난 이후부터 우리 차 봉지를 밀어내고 중국차를 앉히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철관음을 마신 것이 중국차를 선호하게 된 이유였다. 물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발효차를 선호했던 이유도 숨어 있다.

명차를 마시겠다는 우월주의나 허영심이 없었는데도 중국차가 차상에 놓인 이유다. 크게 보면 명차, 시장 경제에 밀려난 다도(茶道)정신, 돈만 벌면 되는 차(茶)상인들의 상술이 크게 작용 했을 것이다.

우리 차는 이외로 역사가 깊다. 가야시대까지 연원을 댈 수 있으며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화두는 사찰을 중심으로 천년을 넘게 산중에서 자리 잡았다. 최근엔 한류활선(韓流活禪)으로 원불교(圓佛敎) 다산(多山) 종사(宗師)의 이론이신 함다토성(含茶吐聖·물을 주고받고 차를 머금고 그 정신의 미묘함이 마음의 빗장을 열며 모두가 벗이다) 정신도 유명하다.

처음엔 녹차를 주로 마시지만 산과 가까이 하다보면 까치밥차, 머위, 냉이, 구지뽕잎, 칡꽃, 산복숭아 꽃으로도 만들 수 있으며 100가지 이상 풀을 모아 덖고 말려 백초차(百草茶)를 만들어 마신다.

우리 차는 마음감기를 다스리는데도 좋고 오미자·연차는 한식요리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심신이 하나 되는 융합(融合)의 접신(接神)이나 합일(合一)에 이르게 하는 것이 곧 다도(茶道)이고 마음이 가라앉으면 차의 깊은 맛에 더 다가 설 수 있다. 이것이 한다(韓茶)의 특징이다. 특히 우리나라 차는 색(色), 향(香) 미(味)를 살리면 살릴수록 명차가 되는데도 연구가 따르지 못했으며 공동체의 정신도 부족했다.

세계인들이 하루 25억 잔씩 마시는 커피 인기로 인해 지금 한국의 찻집은 한적한 호숫가나 뒷길로 밀려 난지 오래다.

커피 전문점은 2009년 5천200여 곳에서 지난해엔 1만8천곳으로 급팽창했으며 연간 커피는 242억잔(일인당 연평균 484잔), 4조6천억원어치의 커피를 마신다는 게 업계의 통계다.

커피믹스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우리 일상을 슬그머니 보는 듯하다. 원두커피 한 잔으로 시간을 즐기는 게 외국인의 커피(茶)문화라면 시간에 쫓기듯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나온 커피를 `들이키는 게` 우리사회의 티타임이다.

우리 차가 갖는 차가 갖는 생명력을 모르기 때문이다.

찬 기운이 수시로 몸을 파고드는 겨울엔 감기가 잦다. 이 감기를 약으로 다스리면 약화를 입기 마련이지만 우리 차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시키면 감기가 쉽게 들어오지 못할 뿐 아이라 면역력이 길러져 건강상태가 좋아지기 마련이다.

한잔 차를 통해서 자연이 내리는 한없는 은혜를 음미해 보고 내 몸을 구성하는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의 감각을 깨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우리 차만이 갖는 특성, 즉 활선다도(活禪茶道)의 길인 혜안(慧眼)은 덤으로 얻는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