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 한한 지음 문학동네 펴냄, 504쪽

중국 청년 세대 `바링허우`의 기수로, 이들의 분노와 비애를 대변해온 작가 한한의 `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문학동네)이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

17세 나이에 내놓은 데뷔작 `삼중문(三重門)`으로 일찍이 밀리언셀러 소설가 반열에 올랐던 한한은 젊은 세대에 드리운 중국 사회의 그늘을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들로 지난 십수년간 당대 중국 청년 세대의 분노와 비애를 대변해왔다. 2000년대 말부터는 문학의 테두리를 넘어 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적 견해들을 온라인 공간에서 날카롭게 표출하며 수억명에 달하는 중국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최고의 청년 작가가 문학과는 다른 문장, 다른 호흡으로 써내려간 사회비평은 과연 어떤 걸까? 활어처럼 팔딱거리는 재기발랄한 그의 문장들은 일단 폭소 또는 실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그 문장들 속에 도사린 서슬 퍼런 비판의 칼날은 이내 읽는 이의 심중을 후벼판다. 중국 사회를 `찜쪄먹는`불한당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고, 부당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는 중국인에 대한 애잔함이 샘솟는다. 단합이란 명분으로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정부, 오만함에 찌들어 인민 대중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사회지도층, 권위주의와 허위의식에 물든 권력집단, 비뚤어진 중화주의의 망상에 젖어 외부세계와 자꾸만 충돌하는 중국인 등 중국 사회에 만연한 온갖 병폐와 부조리를 가감 없이 비판한다.

중국 청년 세대의 다른 이름은 `바링허우(80後)`다. 1980년대에 태어나 현재 20~30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은 중국의 오늘과 내일을 짊어지고 나아갈 중추적인 세대에 올라섰다. 그러나 이들이 당면한 현실은`중추`에게 주어져야 할 현실과는 전혀 다르다.

이 책의 지은이이자 바링허우의 대변인인 한한은 이들의 현실을 이렇게 정리한다. “기계적인 노동, 희망 없는 미래, 형편없는 보수.” 반도는 물론 대륙의 젊은이들까지 집어삼킨 이 정체 모를 공포의 기운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 한한은 첫 글 `청춘`에서 중국 젊은 세대에 닥친 엄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온 중국 사회를 종횡무진하는 비판의 포문을 연다.

책의 1부는 한한이 젊은 세대로서 중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목격한 여러 부조리를, 재치 있는 조롱과 풍자의 형식을 빌려 고발하는 글들을 담고 있다.

2부에서는 한한이 작가이자 전방위 문화인으로서 바라본 중국 문화계의 문제들이 중점적으로 언급된다. 기성 문단과는 다른 문체와 접근법으로 자신의 문학관을 구축한 한한은 먼저 중국 문단을 둘러싼 엄숙주의에 일침을 가한다. 평소 모든 권위적인 것들에 경계심을 드러내온 만큼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3부에서는 최근 중국이 세계적 규모의 행사들을 치르며 보인 비이성적인 모습들을 중심으로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불합리한 면모들을 지적한다.

한편 이 책 마지막인 4부에서는 중국의 시사주간지 `난두저우칸(南都週刊)`과의 인터뷰 내용이 소개된다.

한한은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들을 멈추지 않아 감시와 검열의 대상이 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또 당대 중국의 청년 문화를 이끄는 `바링허우의 기수`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토로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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