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 시인·산자연학교 교사

“이야~, 이야~!” 갑작스레 무슨 소리인가 하시는 분들이 많겠다. 혹 세월을 향해 시위하는 소리가 아닌가 하시는 분도 보이고, 종교 탄압을 하지 말라며 농성을 하는 어느 종교 단체를 떠올리는 분도 보이고, 정당 이기주의에 빠진 정치인들의 표 구걸하는 모습에 놀라는 분들의 모습도 보이고, 아무리 큰 것도 너무도 쉽고 빨리 잊어버리는 망각 대국 코리아를 보고 의아해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다시 한 번 들어 보시라. “이야~, 이야~!” 어떤 모습이 보이시는가? 혹 매뉴얼 공화국이 돼가는 뒷북 코리아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으시는지, 아니면 연일 쏟아지는 안전과 관련한 보고 공문에 허덕이는 교사들의 숨넘어가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으시는지, 또 아니면 `긴급`이라는 무서운 수식어를 단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공문에 종소리도 잊고 컴퓨터와 씨름하는 교사들의 맥 빠진 모습이 보이지는 않으시는지? 그런데 모두, 모두 아니다. “이야~, 이야~!”는 지리산에 울려 퍼진 산자연(중)학교 3학년 이창훈 학생의 탄성 소리다.

언론이 민망한 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민망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우리 아이들이 뉴스를 볼까봐 마음을 졸이게 되는 요즘이다.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길게 줄을 선 조문객들의 모습과 발 디딜 틈 없는 놀이동산의 모습을 같이 보여주는 언론! 진도의 기상 상황을 제일 먼저 내보낼 때는 언제이고 이제는 진도 이야기를 빼버린 기상보도! 이러니 대한민국 방송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이 될 수밖에.

필자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기 싫어 5월 둘째 주에 지리산에서 수업을 했다. 수업 주제는 `세월호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하자`와 `희망은 지지 않는다`.

지리산을 아시는 분들은 모두 알 것이다. 힘든 거 싫어하는 요즘 학생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학생들과 몇 번의 지리산 종주 경험이 있는 필자지만, 해가 거듭 될수록 학생들의 참가율은 물론 학생들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에 산행 결정을 내림에 있어 솔직히 조금은 망설여졌다. 그리고 1박을 해야 하기에 배낭 무게가 만만치 않아 더 걱정이 됐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우(杞憂)였다. 학생들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를, 또 서로를 챙겼다. 지리산은 학생들을 너른 품으로 품어 주었다. 학생들도 기꺼이 지리산과 하나가 됐다. 빠름도 없고, 느림도 없고, 강요도 없는 것이 산이다. 자신의 호흡을 산의 호흡에 맞추는 것이 산행의 기본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오히려 힘들어 하는 건 아이들보다 교사였다.

중턱 즈음 올랐을 때 들리는 창훈이의 맑고 청량한 소리! “이야~, 이야~, 정말 좋다” 고개 한 번 못 들고 올라가던 필자는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창훈이가 중간 휴식 지점에서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며 환호를 하고 있었다. 황홀에 가까운 그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앞만 보고 뛰어가도 변화하는 세상과 보조를 맞추기 어려운 것이 요즘 세상이라고 늘 학생들에게 주입하던 필자의 모습이 눈물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불현 듯 떠올랐다. `수업 매뉴얼`이라는 말이. 생각해보니 안전과 관련된 매뉴얼은 범람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수업 매뉴얼`은 없었다. 아마도 무너진 공교육의 수업 장면을 모두 잘 알 것이다. 영혼 없는, 의미 없는 수업에 등 돌린 학생들! 얼마나 더 많은 학생들의 영혼이 죽어야 수업 매뉴얼이 나올지. 그래서 뒷북 코리아에 제안한다. 학생들의 맑은 영혼을 살찌 울 수 있는 수업 매뉴얼을 만들자고.

* 수업 매뉴얼 1:학생들을 교과서와 교사의 말에 감금시키지 말자.

* 수업 매뉴얼 2:수업 시작하기 전에 왜 이 수업을 해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자.

* 수업 매뉴얼 3:학생들이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