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원
대구대 교수·유아교육과

우리는 살아오는 과정에서 들었던 어떤 말 한 마디가 잊지 못하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그 말 중에는 자기를 괴롭히던 것도 있고, 격려하여 정신적으로 성장 시킨 말도 있다. 이런 말 중에 “너를 믿는다” 라는 말이 필자에게는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다.

이 말은 나에게 행동의 선택권을 주지만 나를 믿어주면서도 책임을 동반시키는 격려성 말이면서 동시에 은밀한 강제력도 가지고 있다. 무심코 하는 한 마디가 상대에게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길 수 있어서 그것이 아이를 성장시킬 수도 또는 좌절시킬 수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 아이를 성장시키는 말에는 실수를 허용하는 “괜찮아”라는 것이 있다. 만일 아이가 음식을 먹다가 옷에 흘렸다면 일반적으로 부모는 아이에게 꾸짖으면서 조심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때는 이런 반응보다는 그 실수의 이면에 그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얼굴의 작은 근육이 완전히 발달되지 않아서 식사나 표정이 뜻대로 되지 않을 수가 많다. 이럴 때 부모는 “괜찮아. 옷은 걱정하지 말고 맛있게 먹어”라고 다독이는 것이 좋겠다. 물론 세탁하기 좋은 옷을 입혀서 맘껏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

또 아이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되면 아이에게“다른 사람들은 나의 행동의 어떤 점을 불편해 할까?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게 여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등을 생각할 기회를 주어서 아이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판단하여 선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부모로부터 간섭받기 보다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 점차 자기 행동에 책임감을 갖는 주인이 될 수 있다.

혹자는 아이 버릇을 고치지 못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될 수 있지만 필자가 여러 곳에서 부모 자식 간의 대화를 보면 부모의 일방적인 간섭이나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실수를 통하여 배운다. 심지어 아이를 꾸중하는 어른들도 자신의 잘못이나 타인의 실수를 통하여 끊임없이 배워 왔다. 자신의 실수에 너그러운 만큼 아이들의 잘못도 너그러이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의 견해에 공감하는 말들은 전부 아이를 성장시키는 좋은 말들이다. 아이가 “OO랑 놀지 않을 거야. 내가 갖고 있는 것을 OO가 빼앗아 갔어”라고 말했을 때, 부모가 만일 “OO가 너의 것을 빼앗을 생각은 아니었을 거야” 또는 “그러면 못써. 친구와 사이좋게 놀아야지…” 라고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면, 친구에 대한 아이의 태도가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러면 사이좋게 지내지 못한 것은 자기 아이가 잘못한 것으로 돼 버린다.

이때는 “OO가 빼앗아 가서 네가 속이 상하겠구나”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서 대답해 준다면 아이는 부모에게서 이해로 수용되고 있다고 여겨서, 푸근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위로가 될 것이다.

인생의 기초를 세우는 유치원 교육은 중요하다. 차례 지키기,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기, 손 씻기, 감사 인사하기 등 우리가 꼭히 해야 할 기초적인 것을 유치원에서 배운다. 유치원에서 배운 내용을 생활 중에 제대로 지키기만 하면, 성인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회 문제나 범죄발생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전인 만 5세의 아이들은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친구와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공감의 말 한 마디는 아이들이 위로를 받고 선한 의지로 행동하도록 격려하는 밑거름이 된다. 부정적인 말이나 비난의 말이 습관화 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날 그날 아이에게 한 것들을 기록하여 본다면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