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미나가와 히로코 지음 문학동네 펴냄, 444쪽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 나오키상 등을 받으며 일본 환상 미스터리의 대가로 불리는 미나가와 히로코의 `열게 되어 영광입니다`(문학동네)가 출간됐다.

8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본격 미스터리계의 대표작가로 자리잡고 있는 미나가와 히로코는 환상적인 전기소설, 미스터리, 시대소설 등 장르를 초월할 정도로 독특하고 역사 감각이 아주 색다르고 탐미적인 작품들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1년 발표한 장편소설 `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역시 본격 미스터리라는 큰 틀 안에서 미나가와 히로코만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2012년 제12회 본격미스터리대상을 수상하고 `책의 잡지` 2014년 추천 문고 미스터리 부문 1위에 올랐으며, 출간된 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를 비롯해 거의 모든 미스터리 랭킹에서 3위 안에 드는 기록을 세웠다.

18세기 런던, 사회적인 편견 속에서도 해부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던 외과의사 대니얼 버턴의 연구실에 정체불명의 시체 두 구가 등장한다. 사지가 잘린 소년과 얼굴이 짓뭉개진 중년 남자. 평소 연구와 실습을 위해 도굴꾼이 무덤에서 파헤친 시체를 암암리에 구입해왔던 대니얼은 경찰의 추궁으로 궁지에 몰리지만, 맹인 치안판사 존 필딩은 그의 연구에 흥미를 표하며 사건 해결에 협조해줄 것을 요구한다. 총명한 판단력과 강단을 지닌 수제자 에드워드와 심약한 천재 세밀화가 나이절을 비롯한 다섯 명의 제자는 스승과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시체에 얽힌 수수께끼를 쫓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인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런던으로 올라온 한 소년의 비극이 밝혀진다. 소년을 죽인 이는 누구인가? 시체의 팔다리는 왜 잘렸으며, 어째서 해부실 난로 뒤에 숨겨져 있었는가? 완전범죄에 가까운 사건의 전모가 가혹한 시대상의 묘사와 함께 우아하고도 스릴 넘치는 문체로 그려진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중이던 1770년대의 런던은 빈곤, 실업문제, 생활환경과 노동환경의 악화 속에서 향락과 퇴폐, 그리고 범죄가 공존하던 도시였다.

일본 출간 후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나가와 히로코는 “당시 런던에선 예로부터 내려오는 미신과 신식 의학이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사치스러운 상류계층과 밑바닥 하층민의 대비가 심했기도 하고요. 직접 살라고 하면 싫을 가혹한 시대지만, 멀리 떨어져 바라보니 무척 흥미로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추리소설사 최고의 명탐정 셜록 홈스와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가 활약했던 시기로부터 한 세기 전을 배경으로 삼은 이 작품은 그야말로 미스터리 팬들의 구미를 자극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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