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출신 장두건 화백

▲ 장두건 作 `토기와-꽃의-인상`

포항 출신의 한국 구상미술의 거목인 서양화가 장두건 화백(97)이 자신의 작품과 도서 등 각종 자료 1천여점을 포항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장두건 화백은 지난달 25일 포항시립미술관에 회화와 드로잉 등 자신의 작품 19점을 영구 임대하는 한편 조각 인물상, 팔레트 이젤 붓 등 평소 사용하던 작업도구들을 비롯해 예술적 사유를 자극한 도서와 인물사진 등 각종 자료 1천여점을 기증 했다.

이번에 영구 임대한 장 화백의 작품들은 여인의 율동적인 자세나 군무를 특유의 화사한 색채로 그린 인물화, 한국의 정취가 담긴 농촌의 산하를 다룬 풍경화, 일상의 친숙한 재료를 신비롭게 그려낸 정물화 등 유화작품 9점과 다양한 인물 드로잉이 포함돼 있다. 이들 작품은 견고한 형태의 화면에 화사한 색채를 더한 장 화백의 작품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대표작들로 그 의미가 크다. 또한, 기증한 자료는 장 화백의 활동사를 엿볼 수 있는 것으로 학술적 연구 자료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미술사 아카이브 구축에도 중요한 것들이다.

이응노 남관 김흥수 김종하 권옥연 등과 프랑스 유학을 함께 보낸 현대미술 1세대로 우리나라 구상미술 발전의 기초를 이룬 장두건 화백은 1918년 포항에서 태어나 일본 동경 태평양 미술학교, 동경 명치대학 전문부 법과를 졸업했으며 해방 후 교편생활과 화업을 병행하다 1956년 당시 현대미술의 메카인 파리 유학길에 올라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전개해 나갔다.

장 화백 작품의 특징은 견고한 구상성을 그 양식적 기조로 삼고 있으나 당시의 국전 등에서 통용돼 온 아카데미즘 경향의 자연 묘사적 사실주의와는 구별되며 인상주의를 근간으로 한 화풍과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작품은 입체파의 영향을 받아 도식적이고 선적이면서도 입체파가 선호하지 않은 화사하고 다소 몽환적인 색채를 화면에 끌어들여 색면분할에 의한 리듬감 있는 화면구성으로 지적이면서도 경쾌한 느낌이 든다.

 

▲ 장두건 화백
▲ 장두건 화백

장 화백은 파리에서 귀국 후 격동기에 작가와 교육자로서 후진 양성에 헌신했으며 주요 미술단체를 결성하고 후원하는 등 한국미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국민훈장 석류장, 문화훈장 보관장, 서울특별시 문화상을 수상한 장 화백은 올해 97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작품 제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지난 2009년 12월 개관과 함께 장 화백으로부터 작품 50점을 기증받으면서 그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초헌관을 마련했으며 장 화백의 예술철학을 계승하고 지역미술의 발전을 위해 매년 초헌미술상을 운영해 선정된 작가의 작품전을 열고 있다. 이번에 기증받은 작품과 자료는 다음달 초에 포항시립미술관 초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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