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 마다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성적표는 늘 낙제점이었다. MB정권때는 대통령이 `전봇대 뽑기`를 주도했지만 `잠깐 스쳐간 바람`에 불과했다. 오히려 규제가 2천40개 늘었다. 박근혜 정부도 `손톱밑 가시 뽑기`를 주창하고 있지만, 이미 규제는 114개 늘었다. “규제란 하나를 없애면 두개 더 생긴다”는 말까지 있다. 규제는 공무원의 이득과 직접 관련돼 있다. 규제가 많을 수록 공직자는 즐겁지만, 민간은 괴롭다. 민간기업인들은 정권이 바뀔때 마다 목을 쭉 빼고 정권쪽을 넘겨다보면서 “이런 규제를 제거해주시오”하고 청원을 하지만, 속 시원히 해결된 적은 별로 없다.

고속버스가 `최고급 교통수단`으로 분류돼 부가가치세 10%가 붙어 있다는 것을 아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1977년도 고속버스가 처음 운행될 무렵에 만들어진 부가세법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 당시에는 고속버스가 최고급 교통수단일 수 있었겠으나 KTX가 다니는 21세기에 고속버스에 부가세를 붙인다는 것이 얼마나 코미디인가. 그런데도 아직 그 세법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부가세가 없어지면 고속버스 요금을 4.5% 낮출 수 있지만, 정부가 한푼이라도 더 거둬들일 생각에 `그 웃기는 세법`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더 코미디 같은 사례도 있다. 북한강에 있는 남이섬과 자라섬은 거리가 불과 800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섬은 강원도에 있고, 자라섬은 경기도 소속이다. 자라섬은 수도권의 섬이란 이유로 매점 하나 들어서지 못한다. 그러나 남이섬은 강원도 소속이기 때문에 규제를 받지 않아 대규모 관광단지가 돼 있다. 지척에 있는 두 섬이 “수도권에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운명이 천양지차로 벌어졌다.

민간기업들은 “규제가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불평하지만 목소리를 크게 높이지는 못한다. 관청의 눈에 밉게 보였다가는 막대한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관청은 언제나 甲이다. 인허가권, 지도 단속권, 행정처벌권 등을 가진 관청을 향해 주먹질을 할 기업은 없다. 그래서 늘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성공률은 극히 낮다. 오직 한번 DJ정권때 성과를 낸 적이 있다.

DJ정권 전반기 2년간 규제 32%를 줄인 적이 있다. 대통령은 당시 “공무원은 권한을 확대하려는 속성이 있으므로 단계적·일상적 절차로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면서 “규제 50%를 없애라”고 했다. 그리고 장관 평가에 `규제개혁 성적`을 반영했다. 규제개혁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총리가 팔 걷고 나섰지만 성적은 32% 달성에 그쳤다. 규제를 완화하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부패가 줄어든다는 것을 다 알지만 `공무원의 속성`이 가로막는다. 이 벽을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가? 대통령이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