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2월21일부터 3월2일까지 뮤지컬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가 공연된다. 영화감독 장진이 극본과 연출을 맡고, 영화배급 및 문화콘텐츠 사업을 하는 N·E·W가 제작했는데, “김광석의 모든 노래를 사용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가객 김광석이 살아 있다면 올해 50세가 된다. 그래서 국내 최초로 홀로그램 시스템을 사용해 `50세 된 김광석`이 주인공과 함께 듀엣을 부르는 장면도 연출한다.

1992년 서울의 한 하숙집에서 20대 젊은이들이 겪어내는 꿈과 사랑, 시대의 아픔, 이별, 지친 도시의 삶 등이 줄거리를 이룬다.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 24곡이 불리어진다. 장진 감독은 “김광석의 음악이 그렇듯이, 가끔 듣고 싶고,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기억하고 싶고, 추억하고 싶은 시간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뮤지컬의 내용을 이야기했다.

김광석은 1964년 1월22일 대구시 대봉동에서 태어나 다섯살까지 대구에서 살다가 서울로 갔다. 대구와 그리 살뜰한 정이 든 것은 아니지만 그는 방천시장과 함께 되살아났다. 2010년 대구 방천시장이 문화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쇠락한 재래시장을 문화예술의 힘으로 되살려보자는 프로젝트였다. 화가 음악가 등 27명이 달라붙어 방천시장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 때 찾아낸 문화 아이콘이 김광석이었다. 방천시장 인근 골목을 `김광석 거리`로 만들고, 종일 그의 노래를 틀고, 그를 소재로 한 조형물과 벽화 70여점이 설치됐다. 그가 기타 치며 노래하는 조형물 앞에서는 그의 기일인 12월6일에 매년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지난 연말부터 김광석은 또 한번의 `화려한 부활`을 했다. JTBC의 `히든 싱어`에서 그의 노래 모창대회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tvN의 드라마`응답하라 1994`에는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던 날 열린 그의 콘서트 장면이 삽입됐다. 김광석의 노래는 우렁차고, 강단 있으며, 구슬프고, 사무치기도 한다. 청아하지만 구슬퍼서 `존재의 심연을 건드리는 `목소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문화예술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김광석은 잘 증명해주고 있다.

방천시장과 인연이 깊은 사람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다. 그는 14세 소년 시절 4식구를 책임지는 방천시장 신문팔이 소년가장이었다. 당시에는 신문과 돈을 맞바꾸는 식이었지만 그는 일단 신문을 쫙 돌린 후에 돈을 받는 식으로 해서 시간을 절약했다. 그 아이디어 덕에 그는 “방천시장 신문업계 석권”이란 신화를 남겼다. 사업수완이 특별했던 그 고학생이 경기고등학교를 나와 대기업 총수가 되었는데, 정작 방천시장을 살린 사람은 기업총수가 아니라 일개 노랫꾼이었다. 이것이 문화예술의 불가사의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