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이재찬 지음 민음사 펴냄, 256쪽

영화 `버스, 정류장` 시나리오 작가인 이재찬의 첫 장편소설 `펀치`(민음사)는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화제의 작품이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제목처럼 강렬하고 가혹하며 `잘 썼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은 `펀치`의 주요 모티프는 극심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존속살해`다. `살인의 조감도`를 기획하는 당돌한 여고생 `방인영`은 마치 한니발 렉터처럼 40대 계약직 공무원 `모래의 남자`의 심리를 꿰뚫고 그가 완전범죄를 대행해 나갈 수 있도록 철저히 조종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소녀의 폭력성 그 자체가 매혹적이면서도 논쟁적인 작품”인 `펀치`는 제목 그대로 “독자들의 윤리관과 도덕관”에 그리고 “삶에 남겨 둔 약간의 기대에”조차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난폭한 냉소와 당돌한 폭력으로 무장한, 이 “반성하지 않는 10대 소녀라는 캐릭터는 그녀가 지닌 생생한 살의와 평면성으로 인해 잔혹함을 더”하며 한국문학에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한다. 또한 진중한 문제의식을 예리하고 경쾌한 말맛으로 그려 낸 “반항이 거세된 세대들의 자해적인 자화상”이기도 한 작품 `펀치`는 한동안 문단을 유행처럼 휩쓸었던 `루저 문학`과는 또 다른 “새로운 서사의 출구”와 방향을 제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이 매혹적인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게임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재찬은 김태우·김민정 주연의 영화 `버스, 정류장`의 시나리오 작가답게 현장감이 물씬 풍겨 나는 여고생들의 언어와 심리묘사, 감칠맛 나는 생생한 리듬감으로 작품 전반을 경쾌하게 장악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내용은 “제목처럼 강렬하고 가혹하다.” 친부모를 살해하기 위해 `살인의 조감도`를 완벽하게 기획하는 여고생의 이야기란 그 이유를 막론하고 폭력과 연결된다. 그리고 폭력에 관한 이야기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분열과 모순에 빠뜨리게 하며, 그 누구도 패자일 수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에 언제나 비극적이기도 할 것이다.

방인영의 시점을 따라 `펀치`를 읽어 가다 보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자들은 인영의 편에 서서 사건의 흐름을 주시하게 된다. 그로 인해 이 소설은 선이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과 완전범죄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 사이의 어느 애매한 지점에 독자를 내려놓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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