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박물관` 윤대녕 지음 문학동네 펴냄, 320쪽

윤대녕의 일곱번째 소설집 `도자기 박물관`(문학동네)이 출간됐다.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23년째, 그간 특유의 여로 형식과 시적인 문장을 통해 인간 존재의 거처를 집요하게 탐색해온 그의 신작 소설집에서 우리는 윤대녕 소설세계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깊이를 확보하며 새로운 소설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발표된 총 일곱 편의 단편소설들은 그가 `작가의 말`에서 “고통에 대한 사유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잦았던 것 같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일의 고통스러움을 보여주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새삼스러운 지적이지만 윤대녕의 인물들은 그들이 품은 어떤 에너지 때문에 삶에서 헤맬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인물들이 느끼는 태생적인 결핍과 상실감이 그들을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이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을 찾아 방황하도록 이끌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여로에서 만나는 여인들과 은어, 소, 별, 제비와 같은 상징들은 이 아프지만 아름다운 헤맴에 동반자와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의 인물들은 방황할 수 있는, 또 여로에 오를 수 있는 특유의 에너지를 잃고 황폐하고 척박한 고통 속에 깊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가 병들었음을, 더불어 그 세계에 발을 디딘 인물들마저 함께 감염되었음을 보여주는 두 작품 `구제역들`과 `검역에서 그러한 특징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타고난 감각으로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해내던 윤대녕이 이제까지와는 달리 보다 직접적으로 현실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특별한 작품들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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