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철대구고용센터 소장
필자는 대구고용노동청 대구고용센터(대구경북지역의 고용정책 총괄) 소장으로 지난 4월29일 부임하기 전 스위스 주제네바대표부에서 국제노동기구(ILO)를 담당하는 외교관으로 3년간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기업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는 스위스가 잘먹고 잘사는 나라가 된 이유로 운좋게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천혜의 관광자원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위스의 연 7만불에 이르는 1인당 국민총생산(GDP) 일등공신은 금융, 무역, 유통, 정밀기계, 화학제약업 같은 분야이고, 관광은 GDP의 5% 정도만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는 200여년전까지는 유럽의 최빈국 중 하나였다. 그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진정한 지방자치제를 기반으로 왕성한 창의혁신 활동을 한 결과로 보고있다. 스위스는 2천500여개의 최소 정치행정단위인 코뮨이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그러한 창의혁신활동을 사회적기업 분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스위스 최대 소매유통기업 1, 2위는 미그로(Migros: 매출 32조원·직원 8만5천명)와 쿱(Coop: 매출 29조원·직원 5만5천명)인데, 둘 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내지 협동조합 성격의 민간기업이다. 두 기업은 도매와 소매의 중간형태의 창의적 유통방식을 사용해 생산성은 높은 동시에 기업수익의 사회환원(미그로는 `연간매출`의 1%를 사회공헌사업에 기부한다), 친환경 에너지 사용 실천, 환경과 동물을 배려한 로컬푸드 제공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함으로써 스위스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가장 근무하고 싶어하는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영업시간이 평일은 아침 8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고, 일요일은 아예 문을 닫는다. 한국사회와 비교하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필자도 제네바에 부임해 가족과 함께하는 유럽식 저녁을 누려보기 위해 일찍 퇴근해서 딸과 함께 7시가 조금 넘어 쿱에 장을 보러 갔는데, 문을 닫아버려 아주 황당해 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쿱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시간대 제약을 받지않는 소비활동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저녁이 있는 삶`은 영위하기 힘들다. 또 양질의 아이보육, 노인요양 서비스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서구사회는 사회적기업 내지 협동조합을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소비활동을 제어하고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도 존중하고 보호하면서, 또한 지역 공동체도 발전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근래에 사회적기업은 제레미 리프킨이 1995년 언급한 “노동의 종말(경제가 성장해도 자동화 등으로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는 현상)”에 대처할 수 있는 유망한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공공과 민간의 장점이 창의적으로 결합된 제3섹터를 확대하는 것이 노동의 종말 현상에 대응하는 중요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위에서 언급한 민간시장과 공공부문에서 제대로 공급이 되지않는 양질의 보육 및 요양 서비스를 제3섹터를 통해 제공받는 동시에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화두인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이 바로 제3섹터 활동의 전형적인 예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동력으로 고용률 70% 달성을 통해 진정한 국민행복을 이루고자 애쓰고 있다. 대구지역 고용율은 2012년 기준 63.3%로 전국 평균 64.2%보다 낮고, 16개 전국 권역 중 10번째이다. 경북지역은 고용률이 66.6%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그 원인이 1차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고령, 여성인력이 많은데 있으므로 고용의 질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대경지역은 현재 전국적으로 사회적기업 모델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대경지역의 고용률 70% 달성과 지역주민의 인간적인 삶의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