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같은 라흐마니노프·정감 넘치는 드뷔시…
대구시향 26일 게오르기 그로모프 협연 정기연주회

▲ 지휘 곽승, 게오르기 그로모프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제395회 정기연주회 `드뷔시의 바다`가 26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다.

이번 연주회에서 대구시향은 19세기 말 동시대를 살다 간 러시아의 라흐마니노프와 프랑스의 드뷔시, 이 두 거장의 색다른 음악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라흐마니노프 탄생 140주년이자 서거 70주년인데다 지난해 드뷔시 탄생 150주년을 맞았던 만큼 이번 정기연주회는 지역의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공연은 크게 전반부 라흐마니노프와 후반부 드뷔시로 나뉜다.

첫 무대는 러시아의 마지막 낭만파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라흐마니노프의`피아노 협주곡 제3번`으로 시작한다.

영화 `샤인`의 수록곡으로도 잘 알려진 이 곡은 그의 피아노 협주곡 네 곡 중에서 내용이 가장 충실하고 작곡 기교에서도 완벽을 기한 최고의 작품이라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시도했던 곡인만큼 40여분에 달하는 긴 연주시간,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클라이맥스, 숨 막히도록 현란한 피아노 솔로 기교 등은 매우 난해하고 복잡해 `피아니스트를 집어 삼키는 악마적인 협주곡`으로도 유명하다.
 

작품의 초반부는 부드러운 피아노와 이를 받쳐주는 오케스트라의 호흡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러나 서정적인 제2악장을 지나 마지막 악장에 이르면 웅장하면서도 기교적인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 곧 숨 막히는 긴장감이 무대를 장악한다.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반주와 피아노의 호쾌한 악상이 인상적이다.

이 곡은 2011년 제7회 서울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게오르기 그로모프가 협연한다. `거장의 심장을 품은 신예`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에서도 독주회를 가졌던 그는 노바야 러시아 오케스트라, 리투아니아 챔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한 바 있다. 또 이탈리아 슈만 국제 피아노 콩쿠르 1등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 콩쿠르에서 12회 이상 우승한 실력파 연주자다. 현재는 러시아, 유럽 등지에서 정기적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에서 국제 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이 끝나면 휴식 후, 드뷔시의 음악세계가 펼쳐진다. 드뷔시는 프랑스 작곡가로 독일 낭만주의가 유행하던 19세기에 프랑스적이고 순수음악적인 `인상주의` 음악을 새롭게 확립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모네, 마네, 르누아르 등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과 베를렌, 보들레르 등 상징파 시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먼저 대구시향이 들려줄 드뷔시의 첫 번째 작품은 `작은 모음곡`으로 독일 낭만주의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드뷔시 특유의 감수성과 젊음의 서정이 고스란히 담긴 매력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 곡은 원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드뷔시의 인상주의 초창기에 작곡된 것인데 그래선지 전통적인 피아노곡 형식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작은 배에서`, `행렬`, `미뉴에트`, `발레` 이렇게 네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쾌하고 고상한 정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이어 대구시향은 드뷔시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교향시 `바다`를 연주한다. 드뷔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상을 선율과 리듬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는데, 교향시 `바다`가 그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 곡에는 `세 개의 교향적 스케치`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바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그려내기보다는 그가 상상한 바다를 감각적이고 환상적인 색채감으로 표현했다.

곽승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동시대를 살았으나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음악세계를 추구했던 두 거장의 명곡을 한 자리에서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며, “애수와 열정을 품은 러시아 음악과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멋이 돋보이는 프랑스 음악을 비교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석 1만5천원, B석 1만원. 문의 (053)606-6313.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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