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권영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차장

`재정절벽(Fiscal Cliff)`이란 나라 살림살이를 뜻하는 `재정`과 험한 낭떠러지 인 `절벽`이 합쳐진 말로 재정지출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거나 줄어들어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을 말한다.

급격하게 재정지출이 감소하는 모습이 가파른 절벽을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알렉 필립스가 쓴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재정절벽은 미국 정부가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실시해온 세금감면정책 시한이 2012년 말로 끝나고 2013년부터는 예산관리법의 시행으로 재정지출이 자동 삭감될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정부지출이 급격히 줄어들어 경기가 절벽에서 추락하듯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제기됐다.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적자 감축은 미국정부의 오래된 과제다. 재정 적자를 줄이고 재정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세율을 높이거나 정부지출을 삭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금융위기로부터 경제가 자생적인 성장 동력을 회복하지 못한 데다 대외환경도 좋지 않아 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재정 긴축 조치는 오히려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도 있다.

갑작스럽게 정부지원이 줄어들고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해 경제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늘어나는 세금부담으로 인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지출을 줄이게 되고 기업들은 경기하강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지출과 신규 고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 위축에 따른 조세수입 감소, 실업 증가로 말미암은 실업급여 지급 증가로 긴축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 미국 정치권이 전격적으로 부유층 과세는 늘리고 저소득층과 중간층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와 사회보장세 등 세금감면조치는 더 시행되도록 시한을 연장하는 한편 정부지출을 자동 삭감하는 시퀘스터(sequester) 발동시기도 2개월 동안 보류하기로 함으로써 눈앞의 재정절벽 위기는 가까스로 넘기게 됐다.

하지만 정부채무한도 재설정이라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에서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대미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 감소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해지게 된다. 대외경제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