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권영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차장

블라인드펀드(Blind Fund)는 투자하는 종목을 미리 정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나서 시장 상황에 따라 적당한 투자처를 물색해 투자하는 선(先) 모집 후(後) 투자방식의 펀드를 말한다.

영어로 블라인드는 `눈이 먼` 또는 햇빛 가리개로 사용하는 `차일`을 의미하는데 투자대상이 차일에 가려진 것처럼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 펀드는 투자대상이 확정된 상태에서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블라인드펀드는 기본적인 투자운용계획만 짜여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에 얼마만큼 투자할지를 미리 정해 놓지 않아서 펀드에 돈을 넣는 투자자들은 물론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조차도 모르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대상을 미리 정해 놓고 나서 자금을 모으게 되면 자금을 모집하는 사이에 자금이 확보된 다른 펀드에 투자기회를 빼앗길 수 있다.

언제든지 매매할 수 있는 주식과 달리 부동산과 같은 경우에는 언제 어디서 좋은 투자기회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고 설령 좋은 물건이 나왔더라도 자금을 모으는 동안에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한테 선수를 빼앗기기 쉽다.

또 경매나 공매를 통한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자칫 `승자의 저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에 반해 블라인드펀드는 사전에 투자방안을 확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블라인드펀드는 주로 부동산이나 자원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데 사모펀드(PEF)와 부동산 투자펀드가 대표적이다.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소수의 투자자를 모집하므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운용상의 제한을 받지 않는데 투자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모펀드를 이용한 M&A의 경우 대상 기업을 미리 정해 놓지 않고 투자자금을 모으고 나서 적당한 인수대상기업이 나타나면 기업경영진과의 협상을 통해 지분을 인수했다가 경영정상화를 시킨 다음 되팔아 수익을 얻는다.

블라인드펀드는 자금 운용이 탄력적이라는 점이 장점이지만 운용회사가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할 경우에는 투자금을 놀리게 되면서 기대했던 만큼 수익을 얻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일반 펀드투자의 경우보다 더욱 신중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