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밀가루 등 시작 생필품 중심 애그플레이션 가능성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국내 물가 상승 압박이 다음달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14일 관련업계와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부터 밀가루를 시작으로 주요 소비재를 중심으로 연쇄적인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밀가루, 옥수수, 대두 등 국제 곡물가격은 세계적인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지난 6월 이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이미 역대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웠다.

이러한 곡물을 수입해 밀가루 등을 만들어 국내에 유통하거나 사료 등 2차 재료로 이용하기까지 통상 4~7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정도엔 우리나라도 애그플레이션의 직접 영향권 아래 들어가게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서 “2012년말부터 애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예상되는 가격 상승률로는 내년 1분기까지 △밀가루 30.8% △전분 16.3% △유지류 11.2% △사료 10.2%를 제시했다.

당장 가격 압박을 받는 분야는 밀가루다.

지난 12일 시카고 상품거래소 기준 원맥은 부셸당 880센트로 지난 2년 이후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인 지난 1월 평균 국제시세와 지난달 시세를 비교하면 40% 가까이 상승했다.

한 제분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는 상품 가격에서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달하기 때문에 원맥값이 오르면 엄청난 비용상승의 압박을 받는다”며 “원맥가격이 제품 생산에 사용되기까지 3~5개월 걸리는 만큼 다음달에는 가격 압박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러시아산 원맥값이 올랐을 때에도 결국 해를 넘겨 지난해 4월에야 제품값을 올렸고, 인상률도 실제 필요한 17%에 못미치는 8~9%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밀가루값은 내년 상반기 10%대에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옥수수와 대두 등 사료값이 오르며 우유값도 불안하다.

서울우유를 비롯한 대부분 업체들은 지난해 11월 원유값 상승분을 반영해 우유값을 일제히 10% 안팎에서 올렸다. 통상 3년에 한 번씩 원유값이 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내년까지는 같은 수준을 유지해야 하지만, 사료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내년에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