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최고의 특급호텔임을 자랑해 온 (주)호텔로얄시그너스가 지난 1989년 창립된 이후 15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포항 시그너스호텔은 그동안 경영진이 수차례 바뀌면서 파행으로 운영돼 오다 지난해 12월부터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직원들의 임금체불, 단전위기 등 경영난에 처해 있다.

지난 3월에는 호텔 직원과 임대업장 대표들이 십시일반 거둬 6천만원의 전기료를 납부하고 단전의 고비를 넘겼으나 지난 24일 결제해야할 3월분 가스요금은 마련하지 못했으며 내달 5일 돌아오는 전기료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이 호텔은 현재 부채가 95억여원이며 이중 50억원의 채무를 안고 있는 교보생명에 의해 지난 3월24일부터 경매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시그너스호텔이 경매처분돼 운영이 중단될 경우 교보생명의 부채 50억원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나머지 45억원이다.

이 45억원 가운데는 사우나, 맛사지 등 임대 보증금 16억5천여만원, 직원 임금 3억6천여만원(퇴직금 7억원은 제외), 비비피 등 100여곳 거래업체의 거래 대금, 기타 공과금 등이 포함돼 있어 수많은 사람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또 투숙객이나 각종 크고 작은 행사를 인근 경주지역 특급호텔로 빼앗기게 돼 자금역외 유출은 물론 포항경제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시그너스 호텔이 이처럼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00년 주모(51)씨 등 3명에게 경영권이 넘겨지면서 악화일로로 치닫게 됐다고 직원들은 말하고 있다.

이들 경영진들은 정상적인 호텔 운영보다는 호텔인수자 물색에 더 몰두한 나머지 객실이나 행사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며 경영난이 가중됐고 급기야 지난해 12월께는 부도위기로까지 내몰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주 전대표로부터 모든 권한과 책임을 포기한다는 각서와 함께 대표자리를 물려받은 손모 대표도 경영에는 손을 놓은지 오래며 하루빨리 매각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호텔 매매가는 115억원대로 추산되지만 85억~90억원대 가격에 내놓더라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게 한 호텔 직원의 말이다.

더욱이 호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경매 처분될 경우 정상적인 호텔경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직원은 덧붙였다.

그러나 호텔 직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임금을 받지 못했으나 호텔을 회생시켜보겠다는 일념으로 객실과 커피숍 등을 직접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호텔 한 관계자는 “시그너스 호텔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경영마인드를 갖춘 전문 경영인이 호텔을 인수한다면 이 위기를 극복하고 반드시 회생할 수 있다”며 강한 희망을 갖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경매절차를 밟게 된다면 포항 유일의 특급호텔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불투명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한편 시그너스 호텔은 그동안 포항지역 유일의 특급 호텔로서 크고 작은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등 철강도시인 포항의 면모와 위상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권종락기자 kwonjr@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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