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석원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지난달 17일 그리스 2차 총선이 실시되었다. 2차 총선에서도 긴축을 지지하는 신민당이 앞서게 되면서 신민당을 중심으로 연정구성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한숨을 돌리게 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리스는 긴축 연정구성에도 불구 여전히 독일과의 긴축완화 조건에서 이견을 가지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국민적 저항이 발생하면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신재정협약에 따른 긴축에 한치도 양보 없다”라고 천명했던 점을 고려해 볼 때 협상 지연이 이루어지면서 내년 중으로 준비되어진 그리스의 탈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현재로 봐서는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와 트로이카 양측은 우발적 유로존 탈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안해 일방적 협상 결렬 선언을 최대한 보류할 것이지만 독일과 프랑스 간의 이견으로 인해 긴축안 재협상이 올해 중으로 이루어지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보다도 세계 경제를 어렵게 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협상 지연으로 인해 올해 연말 전후로 그리스의 우발적 탈퇴가 이루어지는 시나리오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EU와의 협상 지연은 투자자의 불안을 지속 야기함으로써 그리스에서 뱅크런과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6~7월 부채 만기는 82억 유로에 달하지만 정부보유 현금은 20억 유로에 그쳐 국가부도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위기 가능성도 있어 세계 경제는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그리스의 재협상 타결 지연은 스페인 및 이탈리아 등의 재정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스페인은 1천억 유로나 되는 구제금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유로존 3위, 4위의 경제 규모로서 유로존에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유로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독일은 안간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긴축안 협상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스 긴축안 재협상에 대해 유로존이 협상조건을 양보할 경우 이탈리아까지도 긴축 완화 및 금융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금년 들어 점진적인 세계경제 회복세가 5월 그리스 1차 선거 이후로 약화되고 있다. 3분기에도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재정 불안이 지속될 전망이므로 상반기와 비슷한 저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독일-프랑스의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고 그리스의 긴축 반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는 4분기까지 상반기의 저성장 모드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스의 협상 난항은 국내 경제에도 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 수출은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이 급락함으로써 상반기 0.7%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 수출도 유럽 침체 지속, 중국 경기 7%대 성장 등이 제기되면서 두 자릿수 수출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부진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투자 부진, 고용 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내수 위축이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금융시장의 불안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럽계 투자자금이 최근 3개월과 마찬가지로 빠져 나간다면 주식시장이 요동을 칠 수 있으며 원·달러 환율도 1천200원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러한 불안 상황을 반영하여 정부를 비롯한 주요 전망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3%대 중반에서 초반으로 낮추었다.

따라서 정부는 유럽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을 주시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 탈퇴에 대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일수록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