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세상 서럽게 울고 있을 때

다섯 살짜리 딸이 다가와

엄마 품을 파고들며 함께 울어 줄 때

엄마와 아이의 배꼽엔 다시 탯줄이 자랍니다

열 달 동안 들었던 해변의 물소리와 따뜻한 감촉

부드럽고 다정한 엄마의 목소리가

탯줄 속에서 발굴 됩니다

배꼽의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봄입니다

꽃입니다

어디가 표지판인지 아시겠지요?

바로 여기가 오랫동안 잊힌 유적지

울음의 홀입니다

엄마의 엄마가 발굴되는 세계입니다

생명과 생명의 연결고리. 바로 탯줄이 아닐까. 열달 동안 엄마는 그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생명을 준다. 그 엄마 또한 그이의 엄마에게서 그 생명의 고리를 통해 생을 부여받았다. 세상살이 서러워 우는 엄마를 달래며 함께 울어주는 다섯 살 아이를 상상해보자. 거룩한 본능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는가. 그들은 본래 한 몸이었기 때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