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보경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손자병은 전쟁 전에 도(道)·천(天)·지(地)·장(將)·법(法)이라는 오사(五事)의 기준의 따라 승패를 사전에 평가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속에서 경쟁에 직면한 모든 조직은 오사 관점에서 위기를 사전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손자병법의 오사에서도(道)는 백성과 정부가 공통된 신념을 갖추고 백성이 정부와 하나가 되어야만 환난을 같이하고 희생을 감수케 하는 상하동욕(上下同欲)의 명분, 즉 조직의 미션과 비전이다. 천(天)은 기후와 기상의 변화를 말하며 지(地)는 지리적 특성을 말하는데 이는 조직경영에 있어서 외부환경과 경쟁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장(將)은 조직을 지휘하는 장군을 뜻하며법(法)은 군대의 규율과 편재를 이른다. 즉 장(將)과 법(法)은 조직의 내부역량이라 할 수 있다.

삼국지의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인 조조의 성공적인 국가 경영도 손자병법의 오사(五事)의 관점에서 평가해 보면, 결국 성공적인 인재경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조는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인재들을 발탁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먼저 채용관점에서 보면, 조조는 사람의 능력과 잠재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하후연, 조인 등 자신의 친척 중심으로 조직을 관리했지만, 영토확장과 함께 갑자기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점령지의 적군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발탁했다. 장요, 서황과 같은 뛰어난 장수는 적국 장수였지만 조조가 발탁했고, 황건적이나 산적 중에서도 재주가 출중하면 과거를 묻지 않고 중용했다. 인재등용에 있어서는 재능이 있는 자만 추천된다는 유재시거(唯才是擧)의 논리를 적용했기 때문에 조조의 곁에는 늘 좋은 계책을 세우는 참모, 용맹스러운 장수, 병참이나 행정에 능한 관료 등 다양한 분야의 충복이 즐비했다.

적국의 핵심 브레인도 발탁의 대상이었다. 유비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유비가 어려울 때 많이 거두어 주며 애를 많이 썼고, 특히 관우의 경우 뛰어난 무용과 굳은 의리를 좋아한 나머지 정성을 많이 들였으나 모두 발탁에 실패하기도 했다. 조조의 밑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인재 순욱은 원래 원소의 참모였지만 조조의 모사가 된 이후 조조의 창업 초기부터 큰고 작은 계책 제시를 통해 조조의 패업을 지원하였다. 조조는 건안 10년(205년) 봄에 “원씨(원소 일족)와 함께 나쁜 일을 한 자일지라도 (새로)시작 할 것을 허락한다”라는 칙령을 통해 적국의 핵심 인재도 발탁하는 길을 열어 주었다.

조조는 인재들의 역량을 고려해서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활용함으로써 조직역량을 강화했다. 용감하고 지혜가 있는 조인과 장요 같은 장수는 지역사령관으로 임명하였고, 싸움에 능한 하후연과 같은 장수는 늘 선봉장으로 기용하였으며, 힘이 빼어나고 충성심이 강한 장수는 자신의 호위대장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제갈공명의 그늘 아래 있던 사마의를 알아보고 발탁함으로써 제갈공명의 공세를 막아내고 제갈공명의 북벌계획을 무력화하는데 기여했다. 정사(正史)삼국지의 저자 진수(陳壽)도 조조에 대해서는 “재능있는 자에게 관직을 주고, 사람마다 가진 재능을 잘 살렸다. 자기의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한 계획에 따랐다. 비범한 인물, 시대를 초월한 영웅”이라고 평했다.

조조는 신상필벌에는엄한 반면 인재라고 생각한 사람에게는 관대했다. 재주가 뛰어나서 조조를 여러 번 위기에서 구한 곽가의 경우 방정치 못한 행실로 탄핵을 받았을 때 탄핵한 대신은 엄정하다고 포상하고, 곽가는최측근 참모로 계속 기용할 정도로 인재를 아꼈다.

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짐으로써 한치 앞의 미래도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 할 때 우수 인재확보를 꿈꾸는 조직과 단체의 리더가 지녀야 할 자세는 바로 제대로 된 인재를 알아보고 발탁하는 능력, 그리고 인재의 역량을 고려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그들의 역량을 최대할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외적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조조의 인재관리 철학 벤치마킹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