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창비 펴냄, 김두식 지음, 312쪽

`헌법의 풍경' `불편해도 괜찮아'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종횡무진 파헤쳐온 김두식(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신작 `욕망해도 괜찮아'(창비)가 출간됐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번 책의 주제는 바로 `욕망'. 그가 기존에 펴냈던 사회과학서나 인문서가 아닌 에세이로 그동안 법, 인권 같은 어려운 주제도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온 저자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책은 `욕망'이라는 화두를 통해 우리 사회와 개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모색한다. 흔히 `욕망' 하면 억누르고 감춰야 할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저자는 욕망을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건강하게 표출하고 이해해야 할 삶의 친구로 본다. 이에 욕망을 억압하는 기제, 분출되지 못한 욕망의 부작용과 일탈자에 대한 마녀사냥 식 대응, 남녀노소가 모두 욕망을 인정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지는 삶의 진정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소재와 사회현상, 그리고 본인 스스로의 고백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

“40대 중반에 이른 저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사람입니다. 제가 매일 겪고 있는 생각의 변화는 20대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 그런 저이기에 이번 글을 통해 멘토가 아니라 여전히 자라는 과정에 있는 40대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우리 안에서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채 불타고 있는 소년 소녀의 열정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그 열정과 욕망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싶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책에서 “고백이 없는 사회는 억압이 활개치기 좋은 토양”이 된다고 말한다. 숨막히는 규범에 억눌려 제때 건강하게 분출되지 못한 욕망은 대개 적절치 못한 타이밍에 비뚤어진 방식으로 터져나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잘못 분출된 욕망들은 비정상적인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저자는 또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욕망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면 중년이 돼 불륜을 저지르는 일탈자가 되거나 욕망을 숨긴 채 희생양을 찾아 헤매는 사냥꾼이 되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저자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욕망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욕망의 인정'과 함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욕망과의 공존 또는 화해'다. 어려서부터 규범을 강요받으며 자라온 우리는 대개 욕망이란 잘 숨기고 억눌러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실제로 규범을 잘 지키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구조다. 원래는 10~20대 때 건강하게 욕망을 분출한 후에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욕망을 잘 억제한 사람이 `훌륭한 어른'이 되고 사회지도층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욕망은 점점 더 마음속 깊숙이 숨어들어간다.

그리고 욕망과 공존 또는 화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고백'이다. 사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모든 고백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백이 없는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감시하고 비난하는 사냥만이 존재할 뿐이다. 자신의 욕망을 고백하고, 다른 사람의 고백에 귀를 기울이는 문화는 우리 사회의 희생양 메커니즘을 깨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때문에 저자 역시 이 글을 통해 욕망의 건강한 고백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지만, 한편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글이기도 하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저자 개인의 오랜 욕망을 인정하는 1장에서부터 스캔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희생양 메커니즘과 중년 남성의 욕망을 살펴보는 2, 3장, 청춘들에게 욕망의 정글에서 살아남는 정신승리 비법을 전수하는 4장, 가족 이야기를 통해 중산층의 은밀한 욕망과 과도한 규범을 관찰하는 5, 6장, 몸과 살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펴보는 7장,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믿어온 규범이 실상은 허약한 토대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8장, 그리고 책의 전체 내용을 마무리하는 9장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들려주는 욕망과 규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분석틀이 돼 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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