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한 살에

통일운동하고 결혼했던 숫총각 이영기는

간암으로 죽고(사실은 미필적 고의타살 아닌가?)

마흔 한 살에

법무부에서 달아준 4성 장군 전상봉은

국가보안법철폐를 외치며 국토순례대장정을 하고

마흔 한 살에

나는 사지가 굳은 아이 등에 업고

중복의 고개턱 막 넘는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시인이 자신의 현실 대응의 자세를 반성하며 아파하고 있다. 누구는 민족적인 화두를 풀기 위해 투쟁하기도 하는데 자신의 현실적 삶은 무엇인가 스스로 조소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뜨거운 정신으로 살아가면서 현실에 적극적인 반응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리라. 시인은 투철한 정신을 가슴에 쟁여넣고 짊어진 질기디 질긴 업보가 있기에 그 또한 한 생애를 글쓰기에 쏟아넣으면서 의미있게 살다가는 것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