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봉하는 데 석 달은 걸렸겠다

귀퉁이를 죽 - 찢어 개봉할 수는 없는 봉투

펼치는 데 또 한 달은

박새가 울다 갔다

겹겹 곱게 접은 편지

입술자국이나 찍어 보내지

체온이라도 한 웅큼 담아 보내든지

어쩌자고

여린 실핏줄 같은 지문만

숨결처럼 묻어 있다

너를 부르자면 첫 발음에 목이 메어서

온 생이 떨린다

그 한 줄 읽는 데만도

또 백년의 세월이 필요하겠다

목련. 새봄에 불을 켜는 순백의 꽃등. 시인은 온 겨울을 견디고 아직은 차가운 하늘에 꽃을 피워 올리는 목련을 바라보며 우주의 아름다운 질서를 말하고 있다. 석 달을 견디다 꽃맹아리가 맺히고도 한 달이 지나야 우유빛 꽃잎을 피우는 목련. 그 말의 첫 발음을 하면서 목이 메이고 온 생이 떨린다고 고백하면서 곱고 애처로운 개화, 그 생명의 첫걸음에 대한 경외감을 가만히 펼쳐놓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