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애비 평생 쓰시던 화로

제 몸을 살라 온 집안을 따스하게 환한 빛으로 덥히는 체온

대숯이 제 몸을 사르는 울림 속으로

할애비 산 세월

다홍빛으로 되살아난다

사람살이를 지키던 대창에서

당신이 풀어놓은 식솔들을 환하게 데우는

밝고 고운 빛

이글거리나 매섭지 않고

제 아무렇게 던져져 있으나 가지런한

할애비 당신의 가르침이

이토록 황홀한 빛으로 살아나

바람 찬 겨울을 지낸다

할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화로를 통해 할아버지의 기막힌 한 생애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인의 가슴이 젖어있다. 당신을 태워 식솔들을 뎁히고, 먹여 살린 그 사랑과 헌신의 삶을 대숯이 타는 것에 비유하면서 시인은 오늘 자신의 삶을 챙겨보고 있다. 세상의 바람 찬 겨울을 견디며 이겨나가려는 시인의 각오가 단단하게 읽혀지는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