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 버려진 고아들의 험난한 삶
야생에 버려진 고아들의 험난한 삶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2.03.08 21:55
  • 게재일 2012.0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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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문학동네 펴냄, 김영하 지음, 282쪽, 1만2천원

▲ 소설가 김영하

등단 17년차, 이제 마흔 중반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영하(44)의 이름 앞에는 `젊은` `파격적인` `도발적인` 등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아마도 그것은 `배반` 때문일 것이다. 그는 새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수많은 독자의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늘 그런 기대를 나름의 방식으로 배반해왔다. 엄숙함이 절대적인 미덕이라 여겨지던 때에는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고 웃는 것밖에는 모르는 반항아마냥 발칙함과 날카로운 유머를 선보였고, 그러한 작가적 이미지가 굳어질 즈음에는 정색을 한 채 엄격하고 진중한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그것은 꼭 날렵한 펜싱 선수의 검술, 그중에서도 가장 과격하며 빠르게 진행되는 사브르 선수의 검술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역설적이지만, 독자는 그로부터 기꺼이 배반당할 것을 기대하며 그의 작품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작가가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문학동네)는 `검은 꽃``퀴즈쇼`를 잇는 `고아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다. 스스로 우울 속으로 걸어들어가서 쓴 고아들의 이야기, 커튼을 내린 방안에서 녹음된 빗소리를 들으며 골방에서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그래서일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기저에는 슬픔의 덩어리가 몸을 낮추고 한껏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독자가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때마다 아주 조금씩 몸을 일으키면서 실체를 드러내고 어느 순간 독자를 슬픔으로 물들인다. 그리하여 독자는 이 슬픔과 한 덩어리가 되고 만다. 눈물 흘리는 장면 하나 없이 이루어내는 슬픔의 미학, 이것을 김영하식 슬픔이라고 부를 수밖에는 없겠다.

우연일까. 등단 17년차를 맞이하는 김영하는 17세 고아 소년의 삶과 죽음을 다루면서 자신의 소설 세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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