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시속 100㎞로 달리는 버스에서 운전기사가 갑자기 운전대를 놓고 기절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해도 아찔한 장면이다. 이 상황이 중앙고속도로에서 실제로 발생했다.

지난 15일 밤 0시30분께 중앙고속도로 안동 인근 치악휴게소를 2~3km 앞둔 지점에서 D사 소속 고속버스 기사 A씨(54)가 운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순간을 목격한 승객 B씨(22)가 급히 운전석으로 뛰어들어 핸들을 붙잡았다. 또 다른 승객 C씨(42)는 의식을 잃은 운전사를 옆으로 빼낸 뒤 B씨로부터 운전대를 이어받아 e¬´사히 인근 휴게소까지 운행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위기를 승객의 기지로 모면하는 순간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이날 버스에 탑승했던 승객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 버스는 지난 14일 밤 11시1분 승객 7명을 태우고 동서울종합터미널를 출발, 중앙고속도로를 통해 15일 오전 1시30분께 안동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날 버스를 몰았던 승객 C씨는 “졸도한 운전사를 운전석에서 빼낸 뒤 운전대를 잡긴 했지만 팔과 다리, 가슴 등이 떨려 어디서부터 어떻게 버스를 몰고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더욱이 C씨는 대형운전면허가 없는 무면허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무면허 운전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당 고속버스 회사는 이날 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승객들이 반발하고 있다.

버스회사측은 승객들이 이날 발생한 일을 사고라고 지적하는데, 사고는 차량이 전복 또는 충돌로 인해 파손되거나 인명피해가 발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승객들은 전했다.

또 회사 관계자들은 항의차 찾아온 승객들에게 “여기 왜 왔느냐”고 되물었다고도 했다.

C씨는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까 봇짐 내놓으라고 하는 꼴이다”며 “인명 피해를 막은 승객들에게 감사는커녕 보상금을 노린 브로커 취급하는데는 정말 어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운송업체 관계자는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승객들의 기지로 위기를 잘 대처했고 적절한 보상도 생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회사측은 운전기사 A씨가 25년 무사고 경력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며 16일 종합병원에서 정밀 건강검진을 했다고 밝혔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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