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화제2사회부장
최근 철가방 기부천사 `김우수`씨가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다. 중국집 배달부로 일하며 자기보다 더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운 따뜻한 마음이 온 국민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자신이 맡은 학반의 한 여학생 이야기였다. 부모가 이혼해 할머니가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학부모를 통해 들었다. 늘 활발한 아이였지만 수업 과제물을 자주 챙겨오지 않았던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또래 아이들에게서 받을 어린 마음의 상처가 너무 가슴 아팠다. 그래서 과제물 수업이 있는 날이면 몰래 그 아이 책상 서랍에 준비물을 넣어줬다고 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2010년 총 11만7천건, 23만4천명이 이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통계도 덧붙었다.

이 통계는 우리 사회에서 이혼으로 인한 가정해체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결국 편모, 편부, 조손가정의 양산이라는 사회현상을 동반하게 된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의하면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 손에 양육되는 조손가정이 1995년 3만5천100여 가구에서 현재 6만9천200여 가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통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결손가정을 볼 수 있어 현실이 어떤지 실감할 수 있다.

아동심리학자들은 한결같이 취학 전까지 인격이 거의 형성되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이론을 편다. 이 과정에서 가정교육, 즉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올바른 습관과 태도, 성격, 사회성 등 인격을 구성하는 자질이 아동기 가정에서 기초가 만들어지고 학교교육을 통해 완성된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우리 속담에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어릴 때 형성된 인성은 그 사람의 평생을 결정짓는다는 말로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용된다. 그렇지만, 결손가정의 아동들은 그만큼 올바른 인성을 형성할 수 있는 토양이 척박하다. 우선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기회를 잃었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져 동심은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자칫 부모와 사회에 대한 원망과 분노, 좌절감만 쌓여 갈 수 있다. 정서적 발달이 손상된 아동들이 성인이 되고 그동안의 상처가 사회를 향한 분노로 표출되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로 말미암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아동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의 물질적 지원과 사회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내년도 복지예산을 분석한 결과 1인당 아동복지예산이 노인복지예산의 31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복지예산이 커진 것은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소득보장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저소득층 아동에 대해서는 아직도 소득보장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대부분이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없다. 그래서 이혼율 1위에 이어 아동복지 예산 꼴찌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하나 더 붙였다.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이 건강한 국가와 사회를 만들어가는 토양이다. 김우수씨 같은 기부천사가 많이 나오고 이웃을 배려하며 온정을 전하는 나눔 문화가 사회전체로 더욱 확산돼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부조기능은 한계가 있다. 국가차원의 안정적인 아동복지 시스템이 하루빨리 갖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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