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에 나섰다. 15년간 이어진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가 바뀔 참인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3세로의 경영권 승계 및 계열 분리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른 것이다. 삼성카드가 보유 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내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줄여야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입찰제안 요청서를 발송해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선택할 수 있는 매각 방법으로는 제3자 매각, 기업공개(IPO), 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 매각, 자사주 매입 등이 거론된다. 어쨌든 그렇게 되면 1996년 완성된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순환형 출자 지배구조는 15년만에 깨질 수 밖에 없다. 동그라미형 지배구조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등 수직적 지배구조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형세다. 지금은 삼성카드가 25.6% 지분으로 삼성에버랜드를, 삼성에버랜드가 13.34%로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은 7.21%로 삼성전자를, 삼성전자는 35.3%로 다시 삼성카드를 지배하고 있다.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소유 구조는 삼성카드 25.6%, 이재용 사장 25.1% 등등이다. 이 사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데는 1995년 이건희 회장이 증여한 61억원이 종자돈이 됐다. 그 자금으로 이듬해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거래해 550억원으로 늘리고 나서 기존 법인주주가 실권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천700원에 인수하면서 지분 25.1%를 확보했다.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물론 삼성그룹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삼성이 삼성에버랜드를 상장하거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지배구조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