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형서울지사장
“마땅한 서울시장 후보 없나요”

이달초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서울시장 후보에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좋은 사람 또는 좋은 생각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나 “보수 시민사회단체가 합의추대하는 형식으로 후보를 옹립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것 같은데…”라는 기자들의 생각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한나라당이 삼고초려라도 하겠다며 인물난만 토로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단행된 개각에서도 청와대는 극심한 인물난을 겪어야만 했다. 임태희 실장이 직접 연극인 송승환씨를 두 번이나 찾아가 장관직을 제의했지만 송씨는 “난 적임자가 아니다”며 고사했다. 청와대는 또 영화배우 안성기씨에게도 장관직을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런 와중에 정치판이 `안철수 신드롬`으로 요동치고 있다.

그가 박원순 변호사로의 서울시장 후보단일화에 합의해 직접 선거판에 뛰어들지는 않고 있지만 그의 정치 개시만으로도 대한민국의 기성 정치는 침몰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독보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여야의 내로라하는 주자들은 이름값조차 못했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그가 직접 정치일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존 정치권에 가공할만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그의 힘은 한국 정치의 재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安風`이 `인간 안철수` 개인에 대한 인기가 아니란데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대별되는 한국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 선량을 앞세운 채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한국의 기성정치인에 대한 환멸과 대칭되는 것이다. 즉, 새로운 정치 질서를 구성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면서 기성 정치인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경고라는데 그 엄중함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정치에서 `인물`은 무엇일까? 그 자리에 마땅한 인물인지, 국민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가 등의 문제는 분명 아닌듯 하다. 인물의 정치가 아니라 득표의 정치다. 대중적인 지지를 누가 많이 받고 있는가의 문제다. 삼고초려는 그래서 진정한 인재를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라 득표력이 강한 광대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를 인터뷰 하는 자리에서 “혹시 출마할 생각 없으세요”라는 홍 대표의 돌발 질문을 받았다. 손 교수가 웃으며 “저는…”이라고 하자 홍 대표는 “정말 생각이 있으면 한나라당에서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손 교수가 “저는 영희가 아니라서요”라고 대꾸했다. 홍 대표가 안철수씨의 서울시장 출마설을 들은 후 “철수가 나가면 영희도 나가겠네. 국어책에 철수, 영희 있으니까”라고 한 발언에 빗댄 것이다.

다시 홍 대표가 “영희나 석희나 비슷한데요”라고 하자 손 교수는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겠습니까”라고 받아쳤다. 정치언어가 실체가 없는 선문답이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 소가 웃을 일이다. 소명의식을 가진 참정치인을 갈구하는 국민들의 갈증과는 너무도 다른 개그인 셈이다. 하기사, 기존 정치판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가 새삼스런 것은 아니지만 여야 상층부에서의 정치결정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정치가 쇼인 것은 분명하다.

흥행에 성공해야 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물여부를 떠나 그 놀음판에 걸맞는 광대가 있어야 하고 그 광대를 모셔야 하는 것이 현대판 삼고초려인 것이다.

추석이 코앞이다.

물가는 천정부지고, 고단한 삶의 지수도 최고라고 한다. 명절 제상을 물린 자리에선 정치가 성토대상이 될 것이다.

정치를 증오하고 혐오하고 포기하고 있는 국민들. 그러면서도 흥행의 정치에 함몰하고 마는 악순환이지만 더 이상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라는 자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썩어빠진 정치판을, 무기력한 시민의식을 바꿀 `신명나는 정치`는 반드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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