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여자 허들의 ‘간판’ 샐리 피어슨(25)이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스타 선수들을 짓눌렀던 ‘표지 모델 징크스’를 화끈하게 깼다.


 피어슨은 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여자 100m 허들 결승전에서 12초28의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대니얼 캐루터스(미국·12초47)를 멀찍이 따돌리고 우승했다.

 피어슨은 이날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 모델로 발탁된 터라 경기 결과에  특히 관심이 쏠렸다.
 조직위원회에서 발행하는 데일리 프로그램은 매일의 주요 경기 개요를 소개하고 출전 선수와 기록을 정리해 놓은 책자다.


 이번 대회에서는 첫날부터 표지 모델로 등장한 선수가 부진한 성적을 내 화제를 모았다.
 여자 경보 20㎞ 우승자인 올가 카니스키나(러시아)를 제외하면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등 숱한 스타들이 데일리 프로그램 표지를 장식한 날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피어슨은 이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역주를 펼쳐 이런 징크스를  비웃었다.


 준결승에서 12초36의 시즌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결승에 오른 피어슨은  결승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엄격한 부정 출발 규정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8명의 선수 중 두 번째로 빠른 0.145초 만에 스타팅블록을 박차고 나선 피어슨은 첫 허들을 넘어서면서 이미 선두로 치고 나섰다.

 허들을 넘을수록 2위 선수와의 격차는 벌어져만 갔고, 결국 여자 창던지기의 마리아 아바쿠모바(25·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 대회 신기록까지 작성하며 압도적인  우승을 달성했다.


 대구스타디움에서는 처음으로 ‘표지 모델 징크스’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호주 국기를 둘러메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던 피어슨에게 데일리 프로그램  책자가 날아들었다.
 기분 좋게 책자를 집어들고는 객석을 향해 자랑스럽게 자신의 모습이 담긴 표지를 보여준 피어슨은 이어 책자를 밟는 시늉을 하며 이번 대회를 지배하던 징크스를 없애는 ‘의식’을 치렀다.


 이를 바라보던 관중석에서도 폭소가 터져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