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취재진 출입 엄격히 통제
매점에서는 `에너지 드링크` 인기
선수들 한국 도자기 체험 관심

선수촌으로 가는 길은 힘들었다.

지난 달 13일 정식 개장한 이후에는 일반인과 취재진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바로 코앞에 두고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우선 세계육상연맹이 발행한 AD카드가 있어야 하고 하루전 미리 신청을 해야 된다. 그 전에 선수촌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정식 초청장을 받아야 했다. 하긴 몸값만 해도 수천억원이 넘는 톱스타들이 머무르고 있어 혹여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여기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열전의 레이스가 한창인 30일 오전10시쯤 선수촌을 찾았다.

△생각보다 한적

오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한적하다. 입구에는 여러 선수와 임원들이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 각선미를 자랑하며 신문을 보는 폼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 선수촌내 운동장에는 사람 그림자도 안보인다. 젊은 남녀 외국인 두명이 파고라에 앉아 담소하는 모습이 눈에 띌뿐. 말을 한번 걸어볼까 하다가 짧은 영어에다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아 참기로 했다.

마사지 실에 들렀다. 저녁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몰린다고 하지만 여기도 오전이라 자원봉사자들만 넘쳐났다. 하루에 찾는 손님은 약 30여명. 주로 등, 허벅지, 종아리 등의 마사지를 즐긴다고 했다. 이중에는 여자 400m허들, 여자 100m 등 주로 트랙 선수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볼트나 류상 등 대스타의 방문은 없었다고 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스타는 팀 닥터들이 따로 있어 맞춤형 마사지를 하기 때문에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나름 분석했다.

△에너지 드링크 많이 찾아

선수촌내 매점에서 가장 인기 품목은 에너지 드링크. 각국 선수들은 핫식스나 레드불, 오레오 낫초 등의 음료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이외 맥주나 와인이 뒤를 이어 팔려 나간다고 했다. 그리고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일본 투척의 자존심 무로후시 고지(37)가 전날 이곳에서 사탕과 커피를 많이 사갔다고 했다. 선수촌에는 매점을 비롯, 미용실과 네일숍, 헬스장, 오락장 등 여러시설들이 많다.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디스코텍도 마련됐다. 하지만 경기중이라 그런지 디스코텍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매점 근무자 김미현씨는 “경기가 열리기 전 며칠 동안에는 디스코텍에 사람들이 좀 있었으나, 경기후부터는 2~3명 정도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대회를 앞둔 선수들이 긴장을 푸는 것도 좋지만 디스코텍까지 가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도자기 체험, 인기

선수촌은 9개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선수, 임원 등 약 5천여명이 거주한다. 아파트 외벽에 중국의 대형 오성홍기가 걸려있다. 자원봉사자에게 물어보니, `중국 선수가 거주하고 있는 방인데, 자국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선수 류상의 처소는 아니라고 했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중화사상은 수천년이 지난 요즘에도 변화가 없는 듯 보였다. 선수촌 곳곳에는 선수들의 여가를 돕기 위해 도자기체험, 국악감상, 염색체험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선수들은 흙으로 빚어내는 도자기체험에 관심이 많다고 한 근무자가 전했다.

망중한을 즐기는 노르웨이 소속 마라톤 선수 `붓다`를 만났다. 새카만 얼굴에 전형적인 흑인이었다. 그는 우승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기분도 좋고 컨디션도 좋다. 마라톤은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에 워낙 좋은 선수가 많이 있다.

그러나 아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젊은 선수지만 이빨 몇 개가 빠진 것이 어렸을 때 고생은 좀 했겠다는 생각도 든다.

부디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굿 럭 투 유`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도 `따뜻한 한국이 좋다. 기회가 되면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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