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현/편집국 부국장
중국 제나라 환공(桓公)은 춘추전국시대의 첫 번째 패자(覇者)였다. 그가 제후들을 규합시키고 천하를 바로 잡은 것은 그의 참모 관중(管仲)의 책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중이 환공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자 관중을 잃은 환공은 딴 사람이 된 것처럼 절제를 잃기 시작했다.

관중이 살아 있을 때 환공에게 철저히 경계할 것을 당부한 세 사람이 있었다. 역아(易牙), 개방(開方), 수조 등 이다. 역아는 출세를 위해서라면 제 자식이라도 죽여 국을 끓여 바치겠다고까지 한 요괴스런 인물이었다. 개방은 망명해 온 위나라 공자였다. 그리고 수조는 출세를 위해 자진해서 거세하고 환자(宦者·내시)가 된 자였다. 그러나 환공은 관중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당부를 저버리고 이들을 등용하여 측근에 두었던 것이다.

이들은 환공의 눈과 귀, 모든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인의 장막`을 쳤다. 이들은 늙은 환공에게서는 없어서 안 될 수족이 되었고, 환공은 이들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가 되어버렸다. 이 간신들은 조정을 농단하면서 나라는 혼란케 했고, 한때 패자는 그 모습은 사라지면서 정책에는 박력과 과단성이 없어진 것은 물론 정책을 결정함에 있었어도 우유부단해졌다. 특히, 간신 역아는 환관 수조와 합세하여 환공의 첩에서 태어난 무궤를 왕위 승계시키기 위해 반대파를 무참히 학살했다. 이 권력 다툼으로 환공의 유해는 67일 동안 입관도 못 한 채 방치되었다. 한때 춘추시대 제1의 패자였고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의 말로는 너무 비참했다.

손무(孫武)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병법가이지 전략가며, 그 유명한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저자이기도 하다.

제나라 출신인 손무는 오자서의 추천으로 오나라 왕 합려의 군사(軍師)가 되었다.

당시 오나라 접경에 있는 초·월 두 나라는 오나라 보다 군사·경제 등 모든 면에 우위였다. 약소국 왕 합려는 현실과 달리 천하통일을 꿈꿨고 손무는 그에게는 필요한 존재였다.

손무는 오 군을 더욱 강성하게 만들었고, 합려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강국 초나라를 쳐 수도 영도를 함락시키는 등 멸망 직전까지 몰아 부쳐 합려로 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다. 손무는 병법에도 능했지만, 정세에도 밝아 합려에게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지만 그를 시기하는 무리도 있었다.

하지만, 자만에 빠진 합려는 야심이 발동해 손무의 `쓴소리`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판단으로 월나라를 공격을 감행했다. 결과는 패배하고 합려도 부상의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그가 죽으면서 한 말은 “손무의 말을 들어야 했는데”였다. 이어 합려의 아들 부차가 왕위에 오르자 손무는 초야에 묻히게 된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총리 이하 장·차관과 청와대 관계자 등 87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수활성화를 위한 국정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100여 개의 정책과제를 토의했지만 확정한 사안은 월 한 차례 `전통시장 가는 날` 단 한 개뿐이었다.

이 과제 중에 대표적으로 웃기는 것은 `겨울 방학`을 줄이는 대신 `가을 방학`을 신설하고,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평일에 쉬는 `대체 공휴일 제`건이 논의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조소를 퍼부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우수한 집단의 결정체인 중앙부처가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내놓은 정책이라곤 `방학 안`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혈세가 이들의 급료로 지급된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어떻게 보면 현 통치권이 그동안 이들의 쓴소리, 정책을 거부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쓴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환경이 조성됐기에 엘리트 관료들이 상층부의 입맛에 맞는 식단을 짜는 것이 몸에 뱄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은 당사자의 책임도 될 수 있지만, 참모들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 분석하면 쓴소리 환경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지, 또 소통구조가 붕괴됐던지, 피보고자의 자세가 문제가 있던지 이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때문에 부유층은 별 관계없었지만 그동안 애꿎은 민초들만 피해를 입어 왔던 것이고, 원성만 쏟아내 놓고 있다. 관중이, 손무가 그의 주군에게 `진언`한 것은 `그를 위해`, `국가와 백성을 위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쓴소리를 달갑찮게 여긴 그들의 말로를 지도자들은 찬찬히 뜯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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