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한 민간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이 추진된다.

금융감독원은 18일 PF 부실채권을 사는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드뱅크 설립에는 5개 시중은행과 3개 특수은행이 참여하며, 기존의 민간 부실채권 처리기관인 유암코도 관여한다.

PF 배드뱅크는 은행마다 10~15%씩 차등 출자하는 형태가 검토되고 있다. 각 은행의 PF 부실채권 규모를 감안해 일정 금액을 출자하면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설립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날 5개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부동산 PF 부실채권 처리에 특화된 배드뱅크를 설립할 계획이니 은행들이 적극 참여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자산관리공사(캠코)와 민간 배드뱅크인 유암코가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있지만 심각한 PF 채권 부실화를 감안하면 새로운 배드뱅크가 설립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PF 부실채권 규모를 감안하면 배드뱅크의 설립 규모는 1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전체 금융권의 PF 부실채권 규모는 9조7천414억원으로 전년(3조4천39억원)에 비해 약 3배로 증가했다.

일부 시공사들도 기존의 PF 사업장에 묶인 지급보증을 털어내기 위해 자사 주식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을 내놓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배드뱅크는 초기 자본을 바탕으로 통상 3배까지 차입하거나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정상화한 부실채권의 매각 대금도 들어오는 만큼 은행들의 실제 출자 규모는 훨씬 적을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번에 설립이 추진되는 PF 배드뱅크는 PF 채권의 부실 정도를 판단해 할인된 가격에 매입, 사업성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시행사나 시공사를 교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상화시키고 수익금을 출자 규모에 따라 청산하는 절차를 밟는다.

다만 일부 은행들은 부실 정도를 평가하거나 출자 비율을 정하는 방식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PF 배드뱅크 설립에 적지 않은 진통과 논란도 예상된다.

현재 금감원과 은행들은 배드뱅크 출자 규모, 시기, 부실 평가 방법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권의 PF 채권 회수로 인한 건설사 부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늦어도 2분기내에 배드뱅크 설립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