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식제2사회부
지난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산시 사무관의 유서 내용을 놓고 정치권이 진실공방을 벌이며 소용돌이에 휩싸인 사태를 바라보는 경산시민의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유서에 실명이 거론된 인사들이 유서의 내용을 부인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끌어가는 행태는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지역정가를 더욱 요동치게 하고 있다.

공개된 유서 내용과 관련해 특정 정당의 음모론이란 주장도 제기됐고 실명이 거론된 시의원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유서의 기획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치단체장 역시 그동안 불편했던 심기를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려준 격`이라고 사석에서 표출하는 등 점입가경이다.

보통 사람들이 흔이 다른 사람의 소원이나 간청에 대해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데 산 사람 소원 못 들어 주겠나”라며 선심을 베푸는 척하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대개 죽음을 앞둔 사람은 자신의 유언이나 유언장에 진솔함을 담고 마지막을 정리하며 회한을 남기지 않으려 하고 후손이나 지인들도 그 무게감을 느끼기에 망자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최선을 다하며 그 내용을 다른 의도로 이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사무관의 유서는 각기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상대를 잃어버린 방어로 지역민심을 양분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권력을 잡고, 권력을 유지하고, 상대방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이 허용되는 정치권이라지만 지금의 사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전초전의 양상을 띠는 것은 곤란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격언처럼 시간이 지나가면 역사는 사실을 기록한다.

내일보다는 지금의 이익을 위해, 지역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 지역의 민심과 여론이 양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할 줄 아는 것도 지도자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비록 총칼이 난무하는 전쟁이 아니더라도 용장보다 덕장이 승리한다는 필연의 공식을 지도자들은 다시 생각해 주길 바란다. 나무만 바라보지 말고 숲을 바라보는 혜안을 기대한다.

경산/shs112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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