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과일의 보고, 동남아에서 `명품` 경북 사과의 입지를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 열린 `경북 명품사과 및 우수농산품 말레이시아 수출촉진 홍보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행사는 우수한 농법으로 재배된 경북 사과의 뛰어난 맛을 알림은 물론, 각종 경북지역 특산물을 현지에 알리며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다.



◇경북 사과. 10만리를 떠나다

우리나라에서 4만4천여㎞. 약 10만리에 달하는 거리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만 6시간30분이 걸린다.

22일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11개 시·군 경북 명품 사과 홍보 촉진단 일행은 긴 비행의 여독을 풀 새도 없이 말레이시아 현지 시장을 답사하며 하루를 보냈다.

열대기후의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여느 국가가 그렇듯 각종 과일이 즐비한 곳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과와 딸기, 포도만은 이곳에서 `특수` 상품에 속한다.

너무 무더운 날씨와 지나치게 비옥한 토지가 이들 과일의 생존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실제 이곳에서 맛본 현지 사과는 우리 것보다 반 정도 작은 크기에 당분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일본과 한국 사과 등은 이미 현지 화폐로 100RM(우리나라 환율로 3만원 이상·8kg 기준)을 호가하기도 한다.



◇중국산이 한국산으로?

워낙 고가에 거래되는 품목이다 보니 현지 시장에서는 값싼 미국과 중국 과일이 한국의 것으로 둔갑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조잡한 맛과 작은 크기의 과일이 한국의 상표를 달고 2배에 가까운 가격에 팔려나가는 것이다. 쿠알라룸푸르 최고의 농수산물 도매시장 `셀라양(Selayang)`에서도 배를 `매`로 잘못 표기하는 등 정체불명의 한국산 마크를 단 과일들이 버젓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주인을 추궁하니 “북한산이 중국을 거쳐 오기 때문에 글자가 잘못 표기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배뿐만이 아니다. 사과와 딸기, 포도 등도 겉으론 한국산 마크를 달고 있지만, 내용물은 모두 미국과 중국 등에서 온 것들이 많다.

심지어는 `고령 딸기`라고 적힌 중국산 딸기도 3~4만원의 고가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현지 가이드 최문영(30)씨는 “대부분 북한산이라고 하는 데 맛을 본 현지 교민들은 모두 중국산을 속여 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는 아직 원산지 허위 표시에 대한 제재가 없기 때문에 한국 농산물이 낭패를 보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글로벌 1위의 한국 상품

다음날인 23일 현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경북 사과를 홍보하는 수출촉진 행사가 시작됐다.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 현지인들은 사과가 가득 쌓여 있는 가판대를 오가며 한국 상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말레이시아에 한국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 중 한 곳을 바로 한국의 건설회사가 지었기 때문이다.

1992년에 착공, 1999년 개관한 이 빌딩은 지상 88층(452m)의 높이로 6층까지는 쿠알라룸푸르 최대의 상가가, 나머지는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와 쿠알라룸푸르 시티센터(KLCC)가 들어서 있다. 경북 사과 촉진 행사가 열린 10여개 대형마트 중 `이세탄(Isetan) KLCC 쇼핑몰`도 바로 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쌍둥이 빌딩은 건립 당시, 양쪽을 각각 두 나라 회사에 맡겨 빨리 건설하기 위해 경쟁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건설㈜와 극동건설㈜가 참여했으며, 일본에서는 하자마건설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건립에 나섰다.

한국의 컨소시엄이 일본보다 35일 늦게 착공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작업으로 최종 완공은 오히려 6일을 앞섰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산업 우수성이 말레이시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삼성과 LG 등의 현지 공장은 현재 청년들이 취업하기 원하는 업체 순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KBS 인기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말레이시아 여성 `소피아`도 바로 현지 LG전자에 취직해 있다.



◇경북 사과.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별히 현지 바이어들과 경북지역 사과 생산자를 직접 이어주는 판매 촉진 행사도 함께 이뤄졌다.

24일 열린 경북 명품 사과인의 밤 행사에서는 말레이시아 현지 수입업체 및 유통업자들이 대거 참석해 사과를 비롯해 경북지역 각종 농산물을 맛보며 구입 방법에 대한 문의를 쏟아내기도 했다. 우수한 상품성으로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한국 농산물은 최근 한류열풍까지 겹치며 이미 바이어들에게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다.

중국을 강타했던 한류열풍이 화교들에 의해 말레이시아로 소개되면서 한국 대중가요와 드라마가 알려지고, 더불어 한국어, 한국 문화, 한국 상품들까지 현지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른 셈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이종호 말레이시아 지부장은 “한류 분위기에 의해 제품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61억불의 대 말레이시아 수출이 이뤄졌으며 매년 15~20%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을 정도”라면서 “말레이시아는 워낙 자원이 풍부해 농사 같은 힘든 일을 하지 않는다. 모든 제품을 수입하기에 수입관세도 적고 보호해야 할 국내 산업도 없다. 앞으로 커져 나갈 수출산업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농산물은 이제 수출 시작단계다. 하지만, 한국의 이미지가 워낙 깨끗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다른 주변 국가의 선도자이다. 말레이시아 수출을 교두보로 동남아 시장 판로를 개척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 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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