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정각리 보현산 고로쇠 나무 수액 채취

“수확을 막 시작하는 지금, 고로쇠 수액을 한 모금만 마셔보면 그 진한 맛에 감탄합니다”

매서운 한파의 끝자락인 21일, 청정 자연 마을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김기원(65) 고로쇠 작목반장과 고로쇠 수액을 담을 통을 등에 멘 주민들의 뒤를 쫓아 정각 마을 뒤편의 보현산을 올랐다.

해발 1천124m 보현산 자락 6부 능선에 자리 잡은 고로쇠나무 군락지로 향하는 정각리 산촌 마을 주민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인근 지역보다 일교차 커 당도·깊은 맛 `으뜸`

칼슘·마그네슘·철·미네랄 성분 등 다량 함유

혈액순환·피부미용 등 효과… 최고 청정 음료

한참을 지나 군락지에 도착해 보니 이미 3일 전에 고로쇠나무 밑동에 구멍을 뚫어 설치해 둔 비닐 튜브에 맑은 수액이 차 있다.

고로쇠 작목반원 10여명은 한 달 남짓만 할 수 있는 수액 채취에 힘든 줄도 모른 채 구슬땀을 흘렸다.

긴 겨울을 끝내고 농번기 직전의 수액 채취로 얻어지는 짭짤한 수입뿐 아니라 이 시기 미나리 수확철을 앞두고 70여호 마을 주민들이 일손을 맞추며 한해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김기원 작목반장은 10여년 전인 2003년까지 개인이 채취권을 받아 판매하다 마을 단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를 시작으로 고로쇠 수액 채취와 관련된 이야기를 줄줄 풀어놨다.

당시 마을단위 채취권을 받기 위해 영천시 도시주택과 김송학(현 임베디드 팀장)씨와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냈던 일, 어렵게 처음 수확한 고로쇠 수액을 먹어 본 외지인들이 격찬하며 환호했던 일들을 들려줬다.

작목반장의 보현산 고로쇠 이야기는 작업 내내 이어졌다.

이곳은 진달래, 망개나무, 철쭉, 산작약 등의 희귀식물 약 690종이 자생하는 해발 1천124m의 지역 명산이고, 여기서 채취된 고로쇠 수액은 당도와 함께 그 깊은맛이 최고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특히 보현산 6부 능선 이상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원시림인데다 수액 채취 기간의 일교차가 인근 지역보다 월등하게 커 타지역의 수액과는 맛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자랑했다. 이 수액은 지역 미나리와 함께 대구 등 인근 도시지역에서 지역 특산품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김 반장은 “일조량이 많고 동양 최대 천문대가 있다는 것만으로 청정 지역임을 알 수 있는 이곳 고로쇠 수액은 말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인근 지역에서 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이곳의 수액은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 철, 망간, 당분 등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돼 음주 후 숙취해소와 위장병, 관절염, 신경통, 신장병, 혈액순환 개선과 피부미용 효과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예부터 만병통치약이자 신비의 생명수로 불리는 최고의 청정 음료다”고 설명했다.

이날 채취한 200ℓ 남짓 되는 수액은 보현산 천문대 초입인 마을 어귀에서 판매됐는데 이곳을 찾은 도시민들에게 금방 팔려나가 인기를 실감했다.

김 반장은 이번 주말 이곳을 찾는 이들은 청정 고로쇠 수액과 함께 이 마을의 특산물인 별빛 미나리를 맛보며 건강도 챙겨갈 수 있다고 꼭 방문해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영천/기인서기자

kis@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