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스승 노민상 감독 전격 사의
박태환 “마음 아파… 좋은 선수들과 돌아 오시길”

“제2의 박태환, 제3의 박태환을 키우겠다”

박태환(22·단국대)을 세계적 수영스타로 키운 노민상(55) 경영대표팀 감독은 13일 전격 사의를 밝히면서 꿈나무 발굴 및 육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제2의 박태환, 제3의 박태환이 있다면 어디든지 쫓아가서 발굴해 내겠다”는 것이 5년간 잡은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그의 새로운 꿈이었다.

이날 노민상 감독이 용퇴 의사를 밝힌 기자회견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포상식 이후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하지만 사실 노 감독은 광저우 대회 때 이미 사임 의사를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에게 전달했다.

이 회장은 “당시 노 감독이 `이미 지쳤고 힘들다`며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고 해 시간을 갖자고 했다”면서 “노 감독이 여러 가지로 생각을 많이 해서 내린 결정이라 연맹에서도 계속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 감독은 2006년부터 경영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박태환이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비록 선수 경력이나 학벌 등 어디 내세울 것 하나 없었던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이 일곱살 때부터 그를 지도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수영 스타로 길러낸 한국수영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물론 박태환과 관계가 늘 원만했던 것만은 아니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나서 노 감독을 떠나 전담팀과 함께 훈련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노 감독 밑으로 들어왔다.

박태환은 또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한 세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나서 지난해 마이클 볼(호주) 코치를 전담지도자로 영입했고, 이후 노 감독의 역할도 크게 줄었다.

노 감독은 이날 “이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면서 “태환이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잘해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패한 것이 아쉽지만 태환이의 능력을 믿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재기를 잘 해 줬다”며 제자와 함께한 시간을 잠시 되돌아보기도 했다.

또 기자회견 도중 “상당히 마음 아프지만 훌륭한 후배들을 위해 이쯤에서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좋은 일 아닌가 생각한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고 말하면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노 감독은 앞으로 계획을 묻자 “대표팀에서 기본을 가르칠 수는 없다. 한국 수영의 백년대계를 위해 선진국 같은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한수영연맹에도 의지를 많이 하겠다”고 답했다.

노 감독은 2007년 초 문을 연 노민상수영연구소 등을 발판삼아 꿈나무 육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포상식 후 노 감독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박태환은 “마음이 아프다. 아주 떠나시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좋은 기량을 가진 어린 선수들과 함께 다시 돌아오실 것이라 믿는다. 나도 응원하겠다”면서 “내가 어렸을 때 좋은 기술과 레이스 운영, 영법을 가르쳐주신 분이다. 어린 선수를 발굴하시는 데 앞장서서 도와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스승을 떠나보내는 심경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