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관장 함순섭)은 21일부터 3월6일까지 특별전 `조선의 궁궐-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을 기획전시실에 마련한다.

이 전시는 지난 2007년 1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특별전의 순회전시로 서울 전시 당시 연인원 5만2천여 명의 관객이 방문할 만큼 높은 관심과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궁궐은 국왕과 그 가족의 거처일 뿐만 아니라 정치의 중심지로서 나라의 권위를 상징하는 곳이다. 조선왕조는 한양을 도읍지로 삼고 여러 궁궐을 지었다. 조선왕조의 정궁(正宮)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경복궁을 비롯해 창덕궁·창경궁·경희궁·덕수궁 등 여러 궁궐이 지어졌고 왕조의 흥망성쇠와 운명을 함께 했다. 조선왕조가 국권을 빼앗기면서 이러한 궁궐들은 제 기능을 잃게 되었고, 일제의 철거와 훼손을 피할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1910~1945년)에 조선총독부가 촬영한 유리건판(琉璃乾板) 사진 속에는 이러한 과정이 담겨 있다. 일제는 조선의 고적·유물·인물·풍속 등을 촬영하여 3만8천여 장의 유리건판 사진들을 남겼고, 이 중 800여 장이 궁궐 관련 사진이다. 전시된 사진 중 비교적 이른 시기에 촬영된 것은 조선시대 궁궐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전해주지만, 1920~30년대에 촬영된 사진은 일제의 의도에 따라 궁궐이 철거되고 훼손돼 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경복궁의 일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세운 뒤 촬영한 사진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우리 민족의 빛나는 문화유산인 궁궐의 원형을 살필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궁궐들이 옛 왕조의 잔영으로 전락해 가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회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중인 일제강점기 동안 일제가 제작한 유리건판 사진 3만8천여장 중 유리원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의 사진 가운데 엄선한 80여장이 전시된다. 세키노 다다시(關野貞)와 도리이 류조(鳥居龍藏) 등 일본의 고고·인류학자들이 조선의 고적·민속·인물 등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채집한 뒤 조선총독부에 보관했던 자료들이다.

국립대구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리건판 사진을 통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혼란기를 거치며 미처 살피지 못하고 놓쳐버린 우리 역사와 문화의 소중한 기록들을 확인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53)760-8550.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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