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국민연금공단 포항지사 부장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사회가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이에 따라 은퇴 이후를 위한 투자대책과 인생설계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평균수명은 1960년 52.4세에서 2008년에는 80.1세로 늘어났다. 2년마다 평균수명이 대략 1세 늘어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평균수명이 90세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6·25 전쟁이 끝나고 사회가 점차 안정을 회복하자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약 8년간 엄청난 출산 붐이 일어났다. 이 기간에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약 712만명이 태어났는데, 우리는 이들을 `베이비 부머`라고 부른다. 이들은 가계 경제의 주된 수입원으로 부모와 자식을 모두 부양해야 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였으나, 정작 본인을 위한 노후 준비에는 소홀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베이비 부머 세대는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여명이 크게 늘어났다. 만약 지금 50세라면 남자는 29년, 여자는 35년을 더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활동에서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은 부모 밑에서 30년, 부모 노릇하면서 30년 그리고 은퇴 이후에 또 다른 30년을 보내야 한다. 은퇴 이후의 마지막 30년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늘어난 평균수명은 `재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준비된 노후는 `축복`이다. 60년 동안의 고된 세상살이 끝에 얻은 값진 휴식이자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 20년 이상을 사는 동안 부부에게 필요한 자산은 대략 1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한 사람의 소득이나 연금으로는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자산이 필요하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전업주부들이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서울의 대표 부자동네인 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단지 주부들 사이에서 노후대비를 위해 민간연금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국민연금에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임의가입`은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할 필요가 없는 전업주부나 27세 이하의 학생 그리고 군복무자가 자신이 희망하여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제도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임의가입자에게 적용되는 보험료를 올 7월부터 월 12만6천원에서 월 8만9천원으로 하향 조정해 국민연금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국민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10년(120개월) 이상 납부해야 하므로 임의가입자는 10년 동안 1천69만원을 납부하고, 은퇴 이후 월 16만원이상 받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의 평균수명을 고려해 환갑 이후 20년간 생존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3천900만원을 받는 셈이다.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금액을 올려드리기 때문에 오래 살거나 물가가 더 오른다면 지급받는 금액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난 1988년에 도입돼 시행된 지 22년을 맞이하는 국민연금이 드디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재테크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 연말이면 매월 연금을 받으시는 고객은 300만명을 돌파할 것이고, 기금적립금은 30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가장 적은 액수를 내는 고객은 납부한 돈의 11배를, 가장 많은 보험료를 내신 고객은 약 2배를 돌려받는다. 물가상승률만큼 매년 받는 금액이 올라가기 때문에 최종 수령액이 고정된 민간연금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을 받는 부부 수급자는 10만쌍에 달하고 이들 중 최고액은 월 203만원에 달한다. 매월 말일이면 꼬박꼬박 입금되는 국민연금은 `평생 월급`이고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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