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공식응원전 4만여명 참가
주점 등 인파 몰리며 모처럼 `불야성`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 결정된 23일 새벽.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기쁨의 환호성이 여명을 깨웠다. 주택가와 아파트단지에서 울려퍼지는 함성은 지축을 뒤흔들었다. 흥에 겨운 시민들의 열기는 이미 16강을 넘어 8강으로 질주했다.

이날 대구시민운동장에서는 1만5천여명(경찰 추산)이 운집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포항북부해수욕장 6천여명, 안동실내체육관 2천여명, 영주시민운동장 2천여명 등 대구·경북지역 공식응원전에 참가한 시민만 4만여명이 훌쩍 넘었을 것으로 경찰 측은 보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50여만명이 참가한 이번 응원전은 200여만명이 운집한 것으로 집계된 이전 응원전에 비해 다소 숫자가 줄었지만, 열기에 있어서만큼은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그리스전 25만명, 아르헨티나전 30만명 등의 응원단이 몰렸다”며 “아마 이번 경기도 이른 시간대에 열렸다면 50만명에 육박한 인파가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중심이 된 포항북부해수욕장 거리 응원전에서는 초반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다, 나이지리아의 선취골이 터지자 일순 냉랭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곧 이정수의 동점골이 터지며 전반전이 좋은 흐름으로 마무리되면서 이내 초반 열기를 되찾았다. 다시 후반4분 박주영의 역전 골이 터지며 응원 열기는 정점을 찍었고, 경기종료 호루라기와 함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중계가 끝난 1시간여까지 사람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2만여 거리응원단이 함께한 대구시민운동장과 젊은층이 몰린 동성로, 대학가는 붉은악마의 기쁨에 찬 함성으로 뒤덮였고, 주택가와 아파트에서도 환호성을 쏟아내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대구시민운동장을 찾은 시민들은 붉은악마 대구지회 회원들과 함께 태극전사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붉은 티셔츠를 차려 입고 태극기 등 다양한 소품을 챙긴 거리응원단은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대구시민운동장 응원전에 참가한 최정희(30·여)씨는 “대구의 아들인 박주영이 멋진 모습을 보여줘 기쁘다.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의 실책으로 마음이 무거웠을 텐데, 정말 다행이다”며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회복했으니 앞으로 더 멋진 슈팅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박주영 선수를 응원했다.

공식적인 거리 응원전 외에도 음식점과 주점 등은 응원 인파가 몰리며 모처럼 불야성을 이뤘다.

대구 칠성시장과 동성로, 포항 북부해수욕장·중앙상가 등의 상가 주인들은 이날 밤샘 영업을 자처하며 모여든 손님들과 함께 즉석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포항 중앙상가의 한 주점에서 만난 정유창(31)씨는 “이동국 선수와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함께 축구를 했던 사이다. 국가대표란 오랜 숙원을 이뤄낸 친구를 멀리서나마 격려하고 싶어 동창생들과 함께 경기를 보기로 했다”며 “비록 이동국 선수가 직접 경기에 뛰지 못해 아쉽지만, 남아공 현지에서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찰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낙현·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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