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하던 부대원들에 무차별 사격이…
철수하던 부대원들에 무차별 사격이…
  • 최진환
  • 등록일 2010.06.22 21:47
  • 게재일 2010.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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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소대가 도착할 때까지 2소대원들은 차폐하여 대기 중에 부상자와 전사자가 발생, 우리소대 단독 돌격이 가능한지 적진을 예의주시 관찰하니 인원부족으로 공격실패가 명약관화하여 타소대가 도착하기만 기다린다.

능선에 엎드려 차폐한 자세로 적진을 응시하며 30분 이상 대기 중인 소대원들 사기저하가 우려되어 수통에 보관해온 술을 한명, 한명에게 권한다.

술을 마신 정 일병(평북 정읍 출신)이 `다른 소대들은 뭐 하고 있기에 여태껏 안와`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찰나, 적 박격포탄 파편에 좌측 엄지손가락을 다쳐 피를 흘리자 옆 전우가 급히 압박붕대로 동여맨다. 소대원이 반으로 줄자 마음은 조급해지고 기가 찬다. 적합한 시기에 돌격을 가해 결판을 내지 못하고 전사한 대원들 시신을 볼 때 분개하는 감정을 억누를 길 없다.

손에 부상 입은 정 일병에게 다가가 `피를 많이 흘러 통증이 심하기 전에 철수하라`고 하니 `이 중사님! 끝까지 남아 중공군을 쳐부술 것입니다. 싸울 전우도 부족한데, 어떻게 일신의 안위를 생각합니까? 죽는 한이 있어도 하사관님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한다. 다시 한번 대원들에게 부상 입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찹찹한 심중을 달래고자 담배를 피운다.

문 소대장이 다가와 `벌써 11:00로 고지탈환 예정시간 12:00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걱정이 태산이다.

536무전기로 1소대와 교신이 되지 않아 동작이 민첩한 대원 한명을 차출, 1소대로 달려가 소대장에게 우리 위치를 알려주고 1소대 현재상황을 파악해 급히 돌아올 것을 지시한다. 중대장이 536무전기로 우리소대의 현재상황을 묻는다. `우리 2소대는 고지 8부 능선에서 최종목표를 눈앞에 두고 전투대원 부족으로 적군에 비해 전력이 매우 열세한 상태이나 전사한 대원들 생각에 격분을 참지 못하고 단독으로 돌격하면 소대원이 전멸 할 것은 예상되어 1 · 3소대가 도착하면 협공작전을 감행하고자 하는데, 현재상황은 어떠한지요?` 하니 `알았다. 2소대는 동요하지 말고 적진지 철저히 감시하면서 대기하기 바란다` 며 통화가 끝난다.

타 소대는 힘차게 몰아치지 못하고 우물쭈물 공격하다가 적의 완강한 기세에 눌려 아직도 도착하지 못함을 직감, 목표지점 공격실패에 대비하여 보행이 어려운 부상자와 전사자의 시신을 산 아래로 미리 철수시켰다.

1소대 연락대원이 돌아와 1 · 3소대 상호간 연락두절 상태로 부상자와 전사자가 많아 공격을 못하고 있다는 보고다. 오후 4시 중대장의 철수명령이 하달된다.

무질서한 철수는 많은 희생자를 양산한다. 적은 아군의 기세가 약화된 것을 이용, 무차별적인 강압으로 화력을 퍼붓기 때문이다. 1분대가 적을 향해 맹렬하게 사격하는 틈을 이용 나머지 대원들이 중간지점까지 철수 엄호사격태세를 갖추고 1분대가 내려오면 적을 향해 맹렬하게 사격하면서 단계적으로 고지하단까지 내려오는데, 부상병과 M-1소총을 발견하여 소총 3자루를 어께 등 뒤로 걸머메고 소대장과 부상병을 부축·철수 하다가 대원에게 인계하는 순간, 벌써 능선하단 전초진지로 내려닥친 적군이 보여 산 밑에 밀착된 천수답 논두렁에 붙어서 빨리 철수하라고 다급히 소리치는 우리를 본 적은 사격을 가한다. 무릎관통상으로 걷지도 기지도 못하는 부상병을 내팽개치고 혼자 달아나려는 부축 대원에게 부상병을 업혀주고 `혼자 살려고 도망가면 총살이다` 는 명령과 함께 노파심에 한발의 엄포사격을 했다.

적은 전초진지에서 능선하단 낭떠러지 모퉁이까지 달려 나와 조준사격을 한다. 논두렁에 엎드려 쑥대와 억세 풀에 몸을 가리고 낮은 포복으로 나아가면서 풀잎이 없는 곳에는 풀대를 꺾어 논두렁에 꼽아놓고 움직였지만 듬성듬성한 풀대로 뒤 허리에 찬 수통이 노출되어 적의 총탄이 수통에 부닥쳐 엉덩이가 투탁투탁 튀긴다. `문 소위, 이러다간 모두 죽는다. 나는 죽기를 각오하고 뛰어나가겠다` 고하니 `좋아` 하는 말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후닥닥 몸을 날려 아군진지 동쪽방향 구릉지 논으로 달리는데, 논바닥이 구렁져서 발목이 쑥쑥 빠져도 사력을 다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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