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더 높이 산정 어디에도

바람에 쓸린 뼈 한 조각 찾을 수 없다

세 들어 살던 하늘 한 조각 비워 두었을 뿐

이 지상에서 꿈꾸지 않았으므로

아프지 않은 죽음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바람보다 몸이 가벼워질 때

깊은 침묵으로 서서히

지워질 뿐

쓸쓸한 추락으로 땅 위에 몸을

박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산에서 내려와

화전(火田)으로 땅을 갈며 또 다시 그 위에

무덤을 만들지만

새들의 무덤은 없다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2003)

새의 이상과 꿈은 더 넓고 높은 천상의 공간에 존재한다. 그래서 새는 초월을 꿈꾼다. 그러나 시인은 단호한 어조로 지상적 삶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지상의 삶이 시련과 고통의 과정이어서 이런 아픔 때문에 하늘에 새들어 살며 하늘을 꿈꾼다면 그의 삶은 한없이 가벼워지고 잊혀질 존재일는지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아무리 지상의 삶이 힘들고 아픔 투성이라할지라도 지상의 삶을 지지하고 추구하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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