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正論)·정필(正筆)의 외길

- 경북매일신문 창간 20주년에 부쳐

호미곶 힘차게 떠오른 햇살이 싱싱한 생명으로 일렁이는 유월의 산하에 쏟아지고 있다. 그 아래로 어둠을 헤쳐 새벽을 열어 젖힌 이 땅 선하고 부지런한 이웃들이 땀흘리며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기조차 어렵다는데 물 치는 밤바다에서, 뙤약볕의 들판에서, 공단에서, 시장에서, 공사현장에서, 관공서에서 저들은 어기차게 최선을 다해 제 일들을 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것 하나 이거다 싶은 게 없는, 감동 없고 힘겨운, 팍팍한 한 시대를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견고한 어깨들이 있어 아직은 희망이 크다.

동빈로 어두운 골목 속에서 하늘소처럼 묵묵히 늘 푸르게 눈뜨고 이러한 이웃들과 함께 걸어온 경북매일 신문이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이했다. 그 동안 온갖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건전하고 건강한 언론의 외길을 걸어온 경북매일신문에 축하의 갈채를 보낸다.

정론(正論)·정필(正筆)을 위해 꼿꼿이 일어서서 견고한 보행으로 지역민들과 함께해온 경북매일신문은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고 더나은 미래를 위한 착실한 마련을 해 나간다면 민족 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활짝 열어가리라 믿는다. 신문은 한 시대의 중심에서 혹은 가려지고 그늘진 곳에서, 혹은 왜곡되고 불구화되어 가는 사회 곳곳에서 그 시대를 공명정대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지남차(指南車)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시대를 선도하는 깨어있는 눈, 살아있는 정신으로 당당히 정도를 걸어가면서 이웃들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하여 그들의 눈물과 상처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언제나 곧은 목소리 하나로, 단단한 정신 하나로 그들과 함께 깨어 있어야 한다.

어떤 외적인 힘에 의해서도 꺾이지 않는 붓 한 자루 말아 쥐고 꼿꼿이 걸어가야할 것이다. 경북매일신문이 지금까지 여러 험난한 가시덤불을 헤치고 옹골차게 먼 길을을 걸어왔듯이 앞으로도 정론(正論)과 정필(正筆)의 길 당당히 걸어가길 바란다.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서 한결같은 정신으로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흐름과 함께 한다면 민족과 함께 살아있는 신문, 꿈과 희망을 주는 민족 신문으로 꿋꿋이 걸어가리라 확신한다. 하늘소떼들 처럼 말이다.

'하늘소' ... 김만수시인

동빈로 어두운 골목 안

곧은 붓 한 자루 여며쥐고

새벽을 열어젖힌 지 스무 해

삼림과 해미를 헤치고 사람의 마을을 찾아간

꺾이지 않는 더듬이와 우직하고 착한 걸음이

멀고 길었다

먼동과 황금 은어알

가시연꽃과 짙붉은 쇳물

까치놀과 풍경소리

사람과 사람들을 찾아 걸은 지 오래 되었다

형산에서 일월산에서 낙동강에서 푸른 동해에서

깨끗한 희망의 촉수를 세우고

아름다운 목숨과 고운 혼을 잇고 이어가는

하늘소떼들

동빈로 사람들

푸르른 물이랑 거슬러 오르며

생명과 생명을 불러일으키고

말과 말을 되살려 사람 사는 세상을 열어가는

저 만만치 않은 견고한 보행을 본다

밝고 바르게 맑고 따스하게

사람 사는 세상 깊이 뚫고 가는

강단진 어깨와 뿔을 다시 본다

하늘소

어기찬 하늘소떼들

희망 크다.

△김만수 시인

- 포항생

-1987년 `실천문학`등단. 한국작가회의·포항문학회원

-푸른시 동인. 대동중학교 교장 재직

-장시 `송정리의 봄`시집 `소리내기` `햇빛은 굴절되어도 따뜻하다` `오래휘어진 기억` `종이눈썹` `산내통신` `메아리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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