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러져가는 블록담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다
들어가서
세월에 덧나고 금간
상처와 상처가 서로 붙들고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그 오래된 끈기를 보고 싶다
가장 큰 슬픔으로 한순간
쓸쓸히 무너져내려도 아쉬움 없을
깊고 오래된 눈빛들의
상처의 집 하나 짓고 싶다
`상처의 집`(2005)
시인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 집은 이미 상처 투성이의 집이다. 그런데 기꺼이 그 집에 들어 또 하나의 상처의 집을 짓고 싶다고 고백하고 있다. 시인은 `상처의 오래된 끈기`를 추구하고 있다. 이 끈기가 슬픔까지도 긍정하고 수용하고자 하는 것은 고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깊은 정신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