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장은

전부 내

안에 있다

한번 꺼내서 바람을

주고 싶다

헛소리를 주고 싶다

산골 개울물의

내부를

보고 싶다

`나는 나를 묻는다`(2003)

개울물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산 꼭대기에 이른다. 더 갈 수도 없지만 시인은 하늘을 만나게 되고 이제는 도저히 더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길을 느끼게 되고, 되돌아갈 길마저 잃으버리게 되고, 그와 함께 자기 자신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림을 알게 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런게 아닐까. 앞만 보고 가다보면 자꾸 열리던 길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길 위에서 길을 잃을 경우가 우리에게는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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